정부의 청소년 음란물 차단 대책에 대해 IT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취지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일방적인 적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영세한 웹하드나 P2P업체들은 음란물 차단기술이 등록요건에 들어가자 당장의 비용 마련부터 고심하는 분위기다.
웹하드나 P2P사이트들은 그동안 음지에서 청소년 음란물이 버젓이 유통되는 주요 창구로 지목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달부터 이들 업체들에 음란물 차단기술을 갖추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나아가 이 기술을 등록요건에 포함시켜 5월까지는 모든 웹하드, P2P업체들이 의무적으로 음란물 차단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들 업체들은 음란물을 차단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5월까지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한 웹하드업체 관계자는 “음란물 차단 기술이 자체적으로 준비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에 전문 솔루션 업체들에 의뢰해 도입해야 하는데 소프트웨어 업체를 선정하고 견적을 내는 데만 두세 달은 훌쩍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5월부터 사이버수사대까지 동원해 음란물 유통실태를 모니터링한다고 밝혀 업체들은 적지않은 부담감을 드러냈다. 한 P2P 사업체 대표는 “자체적으로 감시하고 있지만 인력과 비용 측면에서 교묘하게 올라오는 음란물 전부를 막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음란물 차단 기술이 있어도 100% 걸러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초 PC사업자들이 제품을 판매할 때 사전에 음란물 차단 SW를 설치토록 하는 방안이 검토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PC협회 측의 반발로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활용, 가정 내 학부모들이 음란물 차단 S/W를 설치하도록 안내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한 PC업체 관계자는 “청소년만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게 아닌데 너무 일방적이라 업계의 반발이 심했다. 청소년 음란물 차단이란 방향은 맞지만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정책이 나올 때마다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