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한양대에서는 동아리거리제가 한창이었다. 60여개 중앙동아리들의 홍보부스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지나는 신입생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재학생의 모습은 매년 변하지 않는 학기 초 캠퍼스 풍경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변화가 느껴진다. 어떤 동아리는 지원자가 몰려 면접을 통해 가려 받고 외부 후원도 받지만 어떤 동아리는 신입부원을 구하지 못해 없어지기까지 한다. 대학 내 동아리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경제 경영
서강대의 ‘SRS’는 요즘 인기있다는 주식관련 동아리다. 이곳은 각종 외부지원을 받고 있다. 한 언론사에서 주식매매프로그램을 후원받고 모의주식대회에 참가할 때는 참가비가 지원되기도 한다. SRS에서 활동하는 박모((23. 경영학과)씨는 “매학기 3,40명 정도가 지원하고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며 “이 중 10명 정도만 서류와 면접을 통해 뽑는다”고 말했다.
서강대의 또 다른 금융관련 동아리는 모집 공고에 출신 금융권 선배들의 인맥을 강조한다. 회계금융 스터디를 통해 리포트 작성법을 실제로 연습하고 동아리 출신 현직 애널리스트 리뷰를 동아리 프로그램에 넣어 학생들의 관심을 끈다. 또 매년 홈 커밍데이 행사를 통해 동아리 출신 선배들과 재학생 간의 교류도 기획하고 있다.
취업이 어려운 현실과 스펙 열풍은 이러한 동아리의 인기 원인으로 꼽힌다. 숭실대에서 만난 이모(19․여)양은 “경영 관련 동아리를 생각하고 있다”며 “스펙을 쌓는데 유리할 것 같고 취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람을 충원하지 못해 애를 먹는 동아리도 있다. 지난해 5월 고려대의 탈춤 동아리 ‘탈사랑우리’는 문을 닫았다. 문을 연 지 33년만이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운동권 문화가 퇴조하면서 회원 수가 줄기 시작해 5년 전쯤부터는 동아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임용수 전 고려대 중앙동아리연합회장은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를 유지하고자 많은 배려를 해줬지만 결국 해체됐다”며 아쉬워했다.
‘탈사랑우리’처럼 위기에 놓인 동아리들은 해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85년 설립된 서강대 노래 동아리 ‘맥박’은 시대가 변화하며 인기가 떨어져 정동아리에서 준동아리로 강등된 적이 있다. 민중가요 중심의 활동이 신세대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로 범위를 넓히면서 다시 정동아리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맥박’처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동아리는 회원 수와 활동 내역을 거짓으로 부풀리며 버티고 있다. 회원 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중앙동아리연합에서 제외돼 학교의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새웅 건국대 중앙동아리연합회장은 “봉사활동 동아리는 신입생만 40~50명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인문사회분과 동아리의 경우 실질 활동 인원이 5명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며 “회원 수를 허위로 보고해 매년 재심사를 통과하기는 한다”고 말했다.
동아리관계자들은 ‘동아리원들의 열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수환 한양대 전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스펙이나 인맥을 위해 학생들이 동아리를 찾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대학사회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인기 동아리가 힘을 내야 한다”며 “지원금이나 외부협찬 같은 금전적 문제보다 구성원 스스로가 열정을 가지고 홍보하고 활동할 때 떠났던 관심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동아리 간의 연대와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윤경 서강대 동아리 연합회회장은 “예전에 비해 동아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상황에서 각 학교 간의 정보교류와 공동행사를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신촌 지역학교들과 함께 동아리문화제와 같은 행사기획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서상범 ㆍ김성훈 기자//tig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