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18세에 결혼을 했습니다. 정식 결혼은 아니지만 집에서 남편과 같이 살았습니다. 필리핀인인 남편은 고등학교에서 만났습니다. 임신을 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 다녔습니다. 아이는 아들, 딸 두 명이 있습니다. 현재 딸은 10살, 아들은 11살입니다. 나는 집에서 살림하고 애들을 돌봤습니다. 남편의 직업은 식당 매니저였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돈벌이가 넉넉하지 못했고, 그래서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26세)
#2.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장에서 생선을 가져다가 파는 일을 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오랫동안 마켓에서 일했습니다. 17살에 첫 임신해서 아이를 낳아서 남편과 함께 두 딸을 길렀으며 형편이 어려워서 애가 10살 되었을 때 결혼식을 했습니다. 남편은 40살이며 사진사입니다. 결혼식 등에 가서 비디오를 찍어주는 일을 합니다. 두 딸은 17세와 18세입니다. 딸 두 명을 학교 보내려고 하니 돈이 많이 들어서 돈을 더 벌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37세).
#3. 나는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과 2명의 자매가 있는데, 내가 18살때, 21살 된 사촌에게서 딸을 입양했습니다. 사촌이 18살 때부터 아이를 가졌는데, 자식이 3명이나 되어서 다 키울 형편이 안 되었습니다. 사촌이 아이를 다른데 입양을 보낸다고 해서 그래도 핏줄인 내가 키우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에 그중에 가장 어린 딸을 내가 입양했습니다. 지금은 필리핀에서 사촌이 그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내가 매달 딸을 위한 양육비를 보내고 있습니다.(21세).
#4. 가족은 엄마, 오빠 1명, 언니 2명, 4살 된 아들이 있습니다. 형제들은 모두 결혼했고, 나는 엄마와 의붓오빠, 의붓언니와 함께 내 아들을 키우며 살았습니다. 실제 내가 혼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나는 B밴드에서 보컬리스트로 일하며 라이브 밴드 공연이 있는 바에서 공연을 하고 살았습니다. 필리핀 바에서 보통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일하며 600페소(1만7000원)를 하루에 벌어 생활했습니다.(27세).
#5. 어렸을 때 14살 차이가 나는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부자였고 동네에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화를 잘 냈고 화가 나면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나는 남편이 무서워,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고 아이가 하나 있었지만 너무나 불행했습니다. 나는 2006년 말, 결국 빈털터리로 이혼했고 아이는 부자인 남편이 키우는 게 좋겠다 싶어 남편에게 맡겼습니다. 남편은 재혼했습니다. 나는 2002년 남편과 함께 한국에 월드컵을 보러온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 축구 선수인 안정환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가 있었고, 이혼 후 남편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한국에 가고 싶었습니다(36세).
여성가족부의 ‘외국인 여성 성매매 실태 보고서’를 통해 만난 21명과 심층 면담자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연을 가득 안고 있었다. 가정 먼저 이들의 이주동기가 궁금했다. 이들은 왜 한국에 와서 인권이 유린되는 험한 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을까.
이들이 들려주는 이주 동기에는 눈물겨운 사연이 많았다. 특히 아이들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리고 입양한 딸의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행을 선택하는 등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이 처럼 한국으로 이주해서 유흥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여성들의 이주 동기는 표면적으로는 다양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과 일자리를 구하려는 욕구였다. 그 나라에서 빈곤은 여성에게 더욱 가혹한데, 여성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도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취업을 하더라도 낮은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가 있다. 그러므로 본국에서 실업 상태에 있던 여성들뿐 아니라 일자리를 갖고 있던 여성들도 자신들의 수입이 자신과 가족의 생계유지에 턱없이 부족하거나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들은 해외 취업을 현실의 가난을 탈출할 수 있는 기회로 간주했다. 98명의 설문 응답자 중 61.2%는 한국에 오기 전 취업을 하고 있었다.
출신국별로는 러시아ㆍ태국 등의 여성이 본국에서 취업하고 있던 비율이 높았다. 사증별로는 예술흥행 사증을 발급받고 들어온 여성이 기타 사증을 발급받은 여성보다 본국에서 취업하고 있던 비율이 높다.
그들은 대부분 본국에서 공장노동자나 음식점 종업원, 웨이트리스 등과 같은 저임금의 비정규직 직장에서 비숙련 노동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러한 직업들은 모두 임금수준이 매우 낮은 직업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이주의 결정적 동기로 보인다.
또한 한국에 오기 전 본국에서 취업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 대부분 실업자와 학생이었던 것으로 집계되었다. 출신국별로 러시아ㆍ태국 등의 여성 중에는 본국에서 주부였던 여성이 66.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증별로는 본국에서 실업자와 주부였던 여성은 예술흥행 사증, 학생이었던 여성은 기타 사증의 비율이 높았다.
응답 여성 중 14.3%(러시아ㆍ태국 등 21.4%, 필리핀 16.1%, 중국 7.1%)가 이혼ㆍ별거ㆍ사별로 인한 독신자였고, 15.3%는 본국에 남편이 있는 기혼자였다. 나머지 62.2%는 미혼자 였는데, 미혼자의 경우에도 자녀를 출산하여 홀로 양육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혼자나 미혼자를 막론하고, 이처럼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경제상황과 자신이 유일한 부양책임자라는 의무감이 해외 취업을 결심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