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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 섰거라!…‘동네가게’ 뭉쳤다
은평뉴타운내 14개 가게들 공동 쿠폰 발행…광고비 줄고 고객 늘어‘일석이조’효과
골목마다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소상공인과 영세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네 상인들이 ‘쿠폰’ 하나로 대형 마트에 맞서고 있어 화제다. ‘가게로쿠폰(가게路쿠폰·사진)’이 그것이다.

가게로쿠폰은 서울 은평뉴타운 2지구 안에 있는 14개 가게가 모여 만든 제휴 쿠폰이다.

제휴를 맺은 14개 사업체는 물건을 사는 고객에게 공동의 쿠폰을 나눠준다. 각 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한 개수에 맞게 모은 고객은 할인 혜택을 받거나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슈퍼와 피자집 등에서 모은 쿠폰을 반찬가게나 안경점에서 사용하고, 빵집이나 세탁소에서 모은 쿠폰을 화장품가게나 슈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쿠폰 10장만 있으면 화장품가게에서는 3000원을 할인해준다. 커피전문점은 무료 아메리카노 한 잔, 세탁소는 길이 수선 서비스를 무료로 해준다. 슈퍼, 반찬가게, 화장품가게, 학원, 떡집 등 다양한 상점이 제휴를 맺어 실제로 거대한 마트와 같이 영업한다. 가게들은 일자로 뻗은 작은 도로 곳곳에 늘어서 있어 주민들이 이곳저곳 번거롭게 옮겨다닐 필요도 없다.



가게로쿠폰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지난해 9월 세탁소를 개업한 염동걸(51) 씨. ‘배달음식에 우리 세탁소 전단지를 끼워보내면?’이 가게로쿠폰의 시작이었다. 더 큰 효과를 내기 위해 주변 가게 상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슈퍼, 피자집, 세탁소, 화장품가게 등 여러 가게가 모여 있으니 소비자들은 쉽게 쿠폰 전단지를 버리지 못한다는 것. 그렇게 만든 쿠폰을 지난해 11월부터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고, 특허출원도 했다.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우선 광고비가 줄었다. 지역 광고책자의 두 면을 ‘가게로쿠폰’이 차지하지만 광고비는 제휴업체들이 나눠서 부담하기 때문에 한 면 광고를 낸 다른 업체보다 유리하다.

가게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졌다. 동네 주민 이명자(62) 씨는 “쿠폰을 모으면 물건으로 바꿔주거나 할인해주는데 쿠폰 하나 들고 이 가게 저 가게 들어갈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다른 가게보다는 많이 가지 않겠느냐”며 “쿠폰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참여 업체들의 반응도 좋다.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윤옥길(33) 씨는 “비교적 젊은 층이 많은 동네라 쿠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전했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이선화(49) 씨도 “지금은 가시적으로 큰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인근에 복합 빌딩이 생기면서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집이 들어설 수도 있는데 이런 쿠폰이 있으면 아무래도 대응하기에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염 씨는 “현재 은평 2지구에서 실험적으로 쿠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은평 1지구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형 마트가 사업을 확장하기 전에 주변 상가들이 고정 손님을 잡아야 하는데 쿠폰이 고정 손님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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