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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정상에서 “구조해주세요” 말한지 10분만에 들린 헬리콥터 소리...“휴~~~”
 "산오를 때 ‘4-4-2법칙’을 지키세요"

-본지 이지웅 기자, 도봉산 산악구조 현장에 가다.



“타타타타타”

해발 725m, 서울 도봉산 신선대 인근. 귀청을 찢을 듯한 헬리콥터 소리가 산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구조 지원 요청을 한지 10분만이다. 보라색 연막탄 사이로, 헬리콥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상공에 뜬 헬리콥터는 바람에 휘청거렸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이 골짜기에 휘몰아쳤다. 헬리콥터가 바람과 싸우길 30분. 드디어 밧줄이 내려온다.

이내 심상필(55) 도봉산 경찰산악구조대장과 대원들은 이날 사고를 당한 A(56ㆍ여)씨의 몸에 밧줄을 묶었다. 줄에 매달린 A씨가 헬리콥터 안으로 사라지자 심 대장과 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지난 18일 오후 1시 20분께. 경찰 산악구조대의 구조 활동에 이지웅 헤럴드경제 기자가 동행했다.

도봉산 중턱에 있는 산악구조대로 A씨의 구조요청이 들어온 건 오후 12시 55분께. 50대 여성이 산 정상 인근의 신선대 뒤편 계단에서 미끄러졌다는 신고였다. 심 대장과 대원들은 먹고 있던 점심을 마치지도 못한 채 급하게 뛰어 나갔다. 신선대까지는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 신선대 뒤쪽 계단에서 A씨는 다리 두 군데에 골절상을 입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날이 풀려 질퍽해진 흙을 밟고 발목을 접질린 것. A씨는 1.5m 가량을 미끄러져 튀어나온 돌부리에 다리를 찧었다.사고 현장에 도착한 심 대장은 서울소방본부에 구조헬기지원을 요청했다. 현건왕(24) 대원이 부목을 댔다. 이후 김포에서 출발한 헬리콥터를 기다려야 했다. 대원들은 A씨의 다친 몸 위로 보온용 옷가지를 덮어줬다. 곧 사고 지점을 알리는 보라색 연막탄이 터졌다. 10분 후 멀리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산이 녹는 3월의 주말. 도봉산은 산을 찾는 등산객들로 붐볐다. 이날 하루만도 모두 2만 1920명이 산을 찾았다. 그 만큼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커졌다. 특히 A씨처럼 얼음이 녹아 미끄러워진 지면을 밟고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 대장은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진흙처럼 미끄러워진 지면이 곳곳에 숨어있고 땅이 녹으면서 바위가 쪼개져 굴러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등산객들에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악구조대에 따르면 지난 해에만 81건의 사고가 도봉산에서 발생했다. 특히 날이 풀리는 3월,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10월에 사고가 집중돼 있다. 2011년 경우 3월과 10월에만 각각 14건과 18건의 등반사고가 발생했다. 전체 사고의 40%가 두 달에 집중된 셈이다.

심 대장은 등산객들에게 ‘4:4:2법칙’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등산객들이 내려올 때를 생각하지 않고 올라갈 때 모든 힘을 다 써버리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버릇”이라며 “산을 오를 때 자기 힘의 4를 사용하고 내려갈 때도 4를, 그리고 집으로 귀가할 때 나머지 2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A씨의 구조에 나선 도봉산 경찰산악구조대는 도봉경찰서 소속으로 3명의 대장과 5명의 대원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5명의 대원들은 모두 의무경찰이다. 1명의 대장과 함께 6명이 한 조로 근무한다. 이들은 대부분 산악구조대에 자원한 베테랑 산악인들이다. 특히 김민성(24) 대원은 이미 지난 2010년 전국체전 동호회 산악 부문에 부산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김 대원 역시 “등산객들이 꼭 산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즐기는 마음으로 산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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