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초ㆍ중ㆍ고등학교 전체 대상 학생 558만명 중에서 25%인 139만명의 학생이 조사에 참여했다.
전수조사의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학생의 12.3%인 17만명이 최근 1년 이내에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조사결과로 볼 때, 학교폭력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전수조사의 회수율이 낮아서 신뢰도가 낮고, 결과를 통계적으로 일반화하는 데에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일반화할 수 없는 통계조사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 것은 낭비라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비판 중에는 교과부가 다음 전수조사를 실시할 때까지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전수조사 실시 자체에 대해 무조건 비판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는 기존에 실시했던 실태조사와는 목적과 활용도 면에서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기존 실태조사는 통계적인 일반화를 고려해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해 왔다.
이러한 표본조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학교폭력 규모와 유형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표본조사를 통해서는 개별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어떤 폭력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는 없다. 즉 우리나라 학교폭력의 전체규모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실제 처방에 활용할 수 있는 조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는 교과부가 밝힌 목적대로 실제 일어나고 있는 학교폭력을 줄이는데 효과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개별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유형과 수준을 심도있게 분석해, 학교 자체로 해결할 수 있는 폭력, 시ㆍ도 교육청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폭력, 교과부와 경찰청이 개입하여 해결해야 하는 폭력을 구분해 처방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실제 학교폭력이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근절돼야 한다. 즉 학교폭력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 개별 학교에서 폭력의 뿌리를 잘라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만 학교별 분석보고서를 작성하기에 너무 적은 회수율을 보인 학교에 대해서는 재조사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제기되는 전수조사에 대한 비판 중에서 통계적 일반화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전수조사의 목적을 오해한 데 기인한다. 일반화를 위한 조사를 하려 했다면 표본조사를 했어야 하지만 전수조사는 표본조사와 목적과 활용도가 다르다.
과도한 비용에 따른 예산 낭비의 비판도 아직 이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확실한 대응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이번에는 교과부와 시ㆍ도 교육청이 이전의 대응과는 다르게 정책적으로 집요하게 대응해 실제로 개별 학교의 폭력을 줄여 나가기를 기대한다.
전수조사에 대한 비판은 학교폭력 정책의 효과를 지켜본 후에 해도 충분하다. 이번에는 학교폭력을 반드시 근절해 가해학생, 피해학생이라는 용어가 쓰이지 않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이를 위해 정부뿐 아니라, 사회, 언론, 학계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