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인멸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20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2010년 증거인멸 혐의로 장 전 주무관 등 총리실 직원 7명을 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일단락 됐던 검찰 수사는 이로써 다시 시작됐다.
이날 오전 9시 50분께 다소 굳은 얼굴로 변호인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선 장 전 주무관은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에 놀란 듯 잠시 머뭇거렸으나 폭로를 하게 된 계기를 묻자 “진실이 밝혀져야 된다”고 강하게 말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다면 협조할 것이고 ‘꼬리자르기’를 한다고 판단된다면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 전 주무관은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진실 그대로 진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폭로 여부에 대해서는 “없다고는 하지 않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겨뒀다.
앞서 박윤해 형사3부장을 팀장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린 서울중앙지검은 일단 장 전 주무관이 언론을 통해 폭로한 주장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을 조사하기 앞서 2만 페이지가 넘는 지난 수사 및 재판기록을 검토, 장 전 주무관 조사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 4일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처음 폭로한 뒤 ‘입막음용’으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다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또 19일에는 “지난해 4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5000만원을, 5개월 뒤엔 고용노동부 간부로부터 변호사 수임료로 1500만원을 받았다”고 추가 폭로했다.
검찰은 “조사할 내용이 많다”며 장 전 주무관을 앞으로 몇 차례 더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전 행정관과 이 전 비서관 등 장 전 주무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직접 언급한 인물에 대한 조사는 그 다음이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우선 증거인멸 부분을 수사하고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해 증거인멸 과정에서의 ‘윗선’과 김종익 씨 외에 또 다른 민간인 불법사찰이 있었는지 등이 규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