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판사 등을 상대로 한 경찰의 수사가 모두 벽에 부딪히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참고인, 피고소인에 대한 소환조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간만 가고 있어 자칫 공소시효를 넘길 위기에까지 처했다.
지난 20일 이른바 ‘기소 청탁’ 사건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에서 시도한 김재호 판사, 박은정 검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결국 김 판사, 박 검사 모두 출석에 불응하면서 벽에 부딪혔다. 이어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21일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서 경찰 수사는 답보 상태다.
경찰은 김 판사 및 박 검사에게 오는 26일 다시 출석해 달라고 요구서를 보내둔 상황이다. 경찰은 특히 피고소인 신분인 김 판사가 세 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를 거부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구인해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영장을 검사가 청구하고 판사가 발부하는 상황에서 김 판사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일반적 예측이다.
이렇게 되면 경찰은 피고소인에 대한 조사조차 못한 상황에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판사ㆍ검사 간의 유착 의혹이 담겨 있는 이 사건을 검찰에서 시간만 조금 끌어주면 공소시효(4월 26일)를 넘겨 사건을 합법적으로 종결시킬 여지도 있다.
대구 성서경찰서에 합동수사팀이 꾸려져 수사 중인 경찰의 검사 고소사건 역시 수사가 답보 중이다. 경찰은 당시 검사실에 함께 있던 사무장 및 직원 등에게 경찰에 출석, 참고인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이들은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경찰이 찾아낸 핵심 참고인인 박모(59) 총선 예비 후보 역시 경찰의 진술서 작성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에 다른 사람을 고소해둔 상황이라 민감하다는 것.
수사의 공정성과 진행을 방해하는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의 수사가 역시 현재 피고소인인 박모(38) 검사가 근무하는 대구지검 서부지청의 지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설령 자료를 모아 입건한다고 해도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으면 이 사건은 그대로 묻혀버리고 만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예기(禮記)에 보면 ‘형벌은 대부 위에 닿지 않고, 예는 서인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刑不上大夫, 禮不下庶人)’는 말이 있는데, 2500년도 지난 지금 한국에서 형벌은 검사 및 판사에 닿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경찰이 아무리 수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도 현재 형사소송법상의 한계 때문에 판ㆍ검사를 기소, 법정에 세우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한탄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