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에 건넨 2000만원 쟁점
‘입막음용’ 일땐 유죄 가능성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몸통’이라고 고백함에 따라 이 전 비서관의 형사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인정되면 중형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증거인멸죄는 형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형법 제155조 1ㆍ2항에서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ㆍ은닉ㆍ위조ㆍ변조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등을 말한다.
이 전 비서관이 지난 20일 시인한 내용대로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된다면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민간인 사찰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진경락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전 기획총괄과장과 장진수 전 주무관은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증거인멸을 직접 지시한 이 전 비서관은 이들보다 더 무겁게 처벌받을 수 있다.
이 전 비서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넨 2000만원의 대가성 여부도 쟁점이다. 돈의 대가성 여부 판단에는 돈을 건넨 시기, 액수 등 객관적 정황이 고려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녹취록 등 정황을 볼 때 이 전 비서관이 ‘입막음용’이 아니라 ‘선의’로 경제적 도움을 줬다고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돈의 대가성 여부가 치열한 쟁점이 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후보자 매수 1심에서도 돈의 대가성은 인정됐다. 곽 교육감이 비록 후보자 매도ㆍ매수 행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사전합의를 몰랐다는 점 등이 인정돼 벌금형을 받긴 했으나, ‘선의의 부조’라고 계속 주장해왔던 돈의 대가성 인정 판단만은 피할 수 없었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증거인멸죄에서 금품이 오간 것에 대해 가중 처벌한다는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으나, 이를 지시하고 막으려고 돈까지 줬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부처 중요자료 등의 외부 유출 시 야기될 국정혼란을 막기 위해 자료 삭제를 했다는 주장도 법원이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이 전 비서관은 자료 삭제는 했지만 증거인멸의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이 전 비서관의 증거인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정혼란을 막으려 했다는 현재의 주장은 범행을 부인하기 위해 변명을 한 것에 불과하게 돼 더 불리한 양형사유가 될 수 있다.
<오연주 기자>
/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