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철저히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정치공작은 제발, 제발 그만 두라.”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의 윗선 중 한 명이란 의혹에 대해 해명하러 나선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격정(激情)’ 그 자체였다. 부사어를 두세 차례씩 반복하며 온몸으로 감정을 토해냈다. 이런 모습은 흡사 조직을 위해 홀로 적진 앞에 선 사무라이를 연상시킨다. 무수한 칼을 혼자 받아내고 장렬히 전사하겠다는 비장함과 결연함, 조직에 대한 충정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런 태도로 “내가 몸통이다”라고 주장한 게 되레 역효과가 났다는 평이다. 이 전 비서관 뒤에 숨은 윗선에 대한 의혹만 키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