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 산하 기관인 교통방송(TBS)이 언론의 제 기능을 다 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교통방송 사장은 서울시장이 맡게 돼 있어 그동안 교통방송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자제해왔다.
성경환 교통방송 대표 겸 본부장은 21일 기자설명회를 갖고 “교통방송이 그동안 언론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오는 26일 방송 개편 뒤부터 교통방송은 언론의 제 기능을 다해 진정한 언론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방송은 기본적으로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는 오락 기능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감시와 비판 기능의 보도 프로그램, 사회적으로 ‘핫(hot)’한 문제를 발굴해 심층 분석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오락 프로그램 등 방송의 기본적 기능을 다양한 방식으로 되살려 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통방송은 방송 프로그램을 대폭 개편하고, 필요한 인력 채용공고를 다음주에 낼 예정이다.
성 본부장은 “서울시청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잘못한 게 있다면 감시하고 비판하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며 이미 “올해 초부터 박원순 시장에 비판적인 패널의 발언을 여과없이 방송하는 등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본부장이 교통방송이 언론의 제 기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약 28년간 MBC 아나운서로 일한 그는 MBC 아카데미 사장으로 재직한 뒤 운전 중 우연히 교통방송 라디오를 들었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한창 이슈가 되던 그때 당시 방송에서는 한 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나오고 상대방 주장은 방송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는 교통방송의 정체성에 불편함을 느꼈고, 이후 마침 교통방송 대표 겸 본부장 공모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지원해 박원순 시장 취임 뒤 임명됐다.
박원순 시장이 교통방송에 “시장 눈치 보지 말라”는 주문을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언론 기능을 다하기 위한 교통방송의 개편은 제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그러나 그는 “언론 장악은 권력의 속성인데, 역대 정권을 되돌아보면 상대적으로 선한 정권 치하에서 언론 장악 시도가 덜했고 이때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직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현재의 MBC나 KBS의 파업에 대해 그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