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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수기서 ‘앵그리버드’ 로…대기업 총수도 체면 구겨
‘No’라고 말하는 국민연금
평소 주주총회에서 ‘거수기’ 역할만 한다고 비난받던 국민연금이 단단히 화가 났다.

오는 15일 시행되는 개정 상법에 맞춰 경영진의 권한을 강화하는 정관 개정이 잇따르자 줄줄이 반대하고 있으며, 경영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사진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과감하게 던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동안 진행된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앵그리버드’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리 화려하지 못하다. 반대 의사가 주총 결과로 이어진 경우가 드물어 여전히 보유 주식 대비 권리 행사가 약하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지침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뤄지게 되어 있다”며 “주총 의견이 결과로 이어진 것보다 반대 의견을 다수 제시했다는 것이 더욱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주총 안건 절반 이상 반대한 경우도 ‘수두룩’=국민연금은 지난달 23일 태광산업 주주총회에서 5개 안건 가운데 4개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배당금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건에 반대했으며, 재무제표 승인 주체를 바꾸는 안건과 함께 이사선임ㆍ감사선임 안건에 대해 5년 내 상근 임직원이 포함되어 있어 경영감독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모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전체 주총 안건 가운데 절반 이상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경우도 수두룩하다. 롯데쇼핑 영원무역 한국공항 우신시스템 주주총회에선 각각 6개 안건이 올라왔는데, 3개에 대해 반대했다. 또 한화 한화케이칼 한진해운 한국타이어 부광약품 주총에선 5개 안건 중 3개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대기업 회장의 ‘과도한 겸임’도 반대=국민연금은 재벌 총수의 계열사 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현대건설 주총에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해 기업가치 및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반대했으며, 현대제철 주총에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했다.

또 한화케미칼 주총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이사 선임건에 대해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으며, 한진해운홀딩스 주총에선 조양호 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대기업 회장의 과도한 겸임과 함께 독립성이 의심되는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줄줄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반대 의사 반영된 경우는 3건에 그쳐=올해 1분기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안건 중 실제 주주총회에서 수용되면서 결과로 이어진 경우는 3건에 그쳤다. 삼천리는 기타주주 제안으로 올라온 안건 중 유상감자와 주식소각에 대해 반대한 의견이 주총에서 수용됐으며, 한섬 주총에선 이사책임 감경과 회사채 발행 권한 위임, 재무제표 승인주체 변경을 골자로 하는 정관변경안이 부결됐다. 영원무역홀딩스 주총에서는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변경하는 정관변경 안건이 의사철회됐다. 


<박도제 기자>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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