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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시간을 망설이던 카이스트생 눈물의 유서엔
투신 전 1시간 동안 기숙사 오르내리며 망설여

[헤럴드경제=박수진ㆍ정진영(대전)기자]“전에는 무슨 일을 해도 즐거웠는데…요즘에는 열정을 내보려고 해도 순수성이 사라져서 힘이 나지 않네요. 그저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엄마, 아빠, 동생…사랑합니다.”

지난 17일 새벽 대전 유성구 구성동 카이스트 기숙사 건물 15층 옥상에서 투신한 A(23)씨. 그는 A4용지 앞뒷면에 가족에게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A4용지 앞면에는 열정이 사라진 자신의 심리적 상황을 안타까워 하는 그의 심정이, 뒷면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담겨있었다.

그는 동거동락하던 룸메이트 후배에게도 포스트잇에 짧은 메모를 남겼다. “형 간다. 허세 부리느라 많이 못 놀아줘서 미안해. 부디 행복하게 살아라.”

세상에 마지막 편지까지 남긴 23살 청년. 하지만 그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위험한 결단 앞에서 망설였다.

18일 대전 둔산경찰서에 따르면 기숙사 옥상으로 향하는 CCTV에 촬영된 화면에는 17일 오전 4시34분께 A씨가 자신의 방이 있는 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에서 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이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내려갔다. 40-50여분 후에 그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으로 올라왔고 계단을 이용해 15층 옥상으로 올라갔다. 투신 전 약 1시간 동안 A씨는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른 새벽 그 누구도 그의 선택을 말리지 못했다. A씨는 망설임 끝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새벽 5시40분, 지나가던 동료가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했고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그는 세상과 안타까운 작별을 했다.

지인 등에 따르면 A씨는 과 내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만큼 활달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직전 학기 성적이 3.3으로 성적도 높은 편이었고 가정 형편도 넉넉해 겉으로 드러나는 어려움이나 문제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투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나 유서의 내용을 토대로 봤을 땐 진로에 대한 불안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 을지대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18일 오전까지 서남표 총장 등 학교 관계자와 고인의 친구 및 선후배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발인은 이날 오전 11시50분께 진행됐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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