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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中 동포 향한 오해·편견 걷혔으면…”
‘한마음회’ 유일한 한국인 임원…이주헌 고문
소수의견·반대입장 세심한 배려 필요
동등히 대우해야 걸맞은 역할 해낼것


“이 기사 좋네요, 너무 너무 좋네요.”

이주헌(51ㆍ건축업·사진) 씨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신문 스크랩을 한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지난 17일자 헤럴드경제에 11면에 실린 ‘한국인 범죄율이 외국인 범죄율보다 두 배나 많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 씨는 “ 이런 기사를 통해 ‘제노포비아’ 등 중국동포를 보는 왜곡된 시선이 조금이나마 걷혔으며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 씨는 ‘중국동포한마음연합회(이하 한마음회)’의 한 명뿐인 한국인 임원이다. 공식 직함은 고문. 한마음회는 세워진 지 6년째 됐고, 회원 수만 3247명에 달해 가장 큰 중국동포 모임이다.

당연히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인근에서 이 고문을 모르는 중국동포라면 간첩 취급을 받을 정도다. 이 고문은 약 10년 전 업무차 지방에 내려갔다가 현재의 중국동포 아내를 만나 지난 2004년 결혼해 딸 하나를 두고 있다. 교제 당시 이 고문은 자신의 아내가 될 사람이 중국동포인 줄도 몰랐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난 뒤 이 고문은 다문화 및 외국인노동자 축구대회에 구경을 갔다, 중국동포 선수들이 축구화도 없이 구둣발로 공을 차는 모습을 봤다. 당시에는 그저 도와주고 싶었다. 이후 중국동포 축구회를 조직하고 선수들에게 축구화, 유니폼 등을 지원했다. 한마음회가 만들어진 계기였다.

오랫동안 이주민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이 고문은 한국인과 중국동포 사이가 껄끄러운 주요한 이유로 ‘상호이해부족’을 꼽았다. 또 그는 서로를 등 돌리게 하는 주 원인으로 ‘토론’과 ‘토의문화’의 차이를 말했다.

한국인들은 소수의견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등 민주주의적 문화가 정착돼 있지만, 중국동포들의 경우 권위주의적이고 ‘딱딱한’ 토의방식에 더 익숙하다는 것. 한 번 결정한 건 좀처럼 굽히지 않는 그래서 자존심도 센 중국동포 특유의 기질이 이번 수원 사건과 같은 극단적인 일을 불러오지 않았겠느냐고 이 고문은 평가했다.

이 고문은 이후 중국동포들과 회의를 하거나 어떤 안건으로 표결을 할 땐 항상 “소수의견과 반대쪽 입장을 꼭 고려해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다. 여기에 이 고문은 중국동포를 만날 때 국적, 정치, 종교 얘기는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 외에도 이 고문은 중국동포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생활 속에서 자발적으로, 그리고 일상적으로 기획되는 체육행사나 음식 나눠먹기 등의 문화행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혼성팀을 결성해 출전하거나, 같이 만든 음식을 같이 나눠먹는 행사 등이 그것이다.

그는 “관 주도의 일회성 이벤트는 물론이고 대규모 행사도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여기 참여하는 중국동포와 한국인이 ‘따로 놀게 하지 않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마지막으로 “내가 먼저 웃어야 상대도 웃는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먼저 중국동포를 동등하게 대해주면 중국동포들도 그에 맞는 사회적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 고문은 귀띔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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