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학교가기 싫어서 "납치됐다"에 경찰 120명 출동 소동?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학교에 가기 싫어 가출한 뒤 납치된 것처럼 꾸민 ‘철없는’ 고등학생 때문에 경찰이 한때 비상사태에 빠진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17일 오후 7시 55분. 김(18)군의 여동생은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깜깜하다 살려달라”는 다급한 오빠의 목소리였다. 김군은 지난 14일 경기 안산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가겠다고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여동생은 오빠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폰은 꺼진 상태였다.

순간 여동생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납치’. 평소 조용한 성격에 가출 한번 해본적 없는 오빠였기에 불안감은 커져갔다. 여동생은 곧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김군의 어머니는 즉시 경기 안성경찰서에 납치의심신고를 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도 비상에 걸렸다. 최근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어느 때보다 경찰에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안성경찰서는 김군의 휴대폰 위치추적결과 마지막 전원이 꺼진 장소가 서울 광진구 동서울 터미널 일대인 것을 확인하고 서울 광진경찰서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두 곳의 경찰서는 서장과 형사과장, 지구대 직원 타격대 등 120명의 인력을 투입해 김군 찾기에 나섰다. 동서울터미널 일대 2㎞를 샅샅히 뒤지던 경찰은 동서울터미널 인근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탈진상태로 쓰러져있던 김군을 발견했다. 말한마디 할수 없을 정도로 탈진해있던 김군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기력을 회복한 뒤 김군으로부터 납치관련조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모든 것이 김군이 꾸민 자작극이었기 때문. 김군은 “친구들이랑 사이가 안 좋아 학교에 가기도 싫고 엄마하고도 말다툼한 상태라 집에 돌아가기 싫어서 가출했다”면서 “가출은 했지만 가출 사실을 부모님이 알면 혼날까봐 납치됐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김군은 “갈데가 없어서 그냥 터미널 근처를 배회하며 돌아다녔다. 돈이 없어 밥을 한끼도 먹지 못해 힘들었다”면서 “한번 나갔다 오니 집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다. 다신 나가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100명이 넘는 인원으로 집중 수색작업을 벌인 경찰도, 철없는 자식 때문에 경찰서를 발칵 뒤집어놓은 김군 부모도 어처구니 없긴 마찬가지였다.

경찰관계자는 “허탈함이야 이루 말할수가 없지만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아니냐”면서 “사춘기에 한번쯤 하는 반항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hhj6386@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