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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갓길 동행해 주나요?”…이색경호 문의 급증
수원 살인사건·성폭행…세상이 하도 험하다 보니
본인보다 부모·남친이 요구
늦은밤 시장보기 대행도
경찰도 안전귀가 도와줘

직장인 김모(23ㆍ여) 씨는 늦은 시간 퇴근길이면 버스를 타기 전에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낸다. “30분 뒤 도착 예정입니다.” 5분 후 문자 하나가 김 씨에게 도착한다. “00역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역에서 내린 김 씨는 한 남성과 인사를 나눈 후 집까지 함께 걷는다. 김 씨와 남성은 오늘 처음 만난 사이다. 집 앞에 도착한 김 씨는 남성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한 뒤 집으로 들어갔다.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해사건 이후 심야시간 귀갓길에 대한 여성들의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밤길을 혼자 걷기 두려운 여성들을 위한 이색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밤길 동행 서비스’가 바로 그것. 골목길 주택가 등 혼자 귀가하기 불안한 곳에 거주하는 여성 고객들이 3만~5만원을 내고 서비스를 신청하면 직원이 버스정류장 등 지정 장소에 대기하고 있다가 집까지 동행해주는 서비스다. 심부름업체 ‘딩동’ 관계자는 “수원 사건 이전 일평균 1~2건에 그치던 귀갓길 동행 서비스 문의가 사건 이후 5~7건 정도로 늘었다”며 “밤늦은 시간 장을 보기 꺼리는 여성들의 물건 구매대행 서비스 이용도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호 전문업체에도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귀갓길만 따로 경호해줄 수 없느냐”는 문의가 예전에는 중ㆍ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요즘은 성인 여성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용자 본인보다는 불안함을 느낀 부모나 남자친구 등이 문의해오는 경우가 많다. 윤문기 충용시큐리티 대표는 “과거 ‘홍대 택시 납치사건’이나 ‘조두순 사건’ 등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경호 문의가 급증한다”면서 “이번 ‘수원 사건’ 이후에는 이용자 본인보다 불안함을 느낀 부모나 남자친구 등이 문의해오는 비율이 7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사설업체뿐만 아니라 경찰도 이색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망우지구대에서는 지난해부터 ‘귀갓길 경호원 서비스’를 통해 심야시간 귀가하는 여성들을 집까지 동행해주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도 관내 지구대를 중심으로 ‘치안올레길’을 운영하며 안전 취약지역에 대한 도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늦은 시간 혼자 집으로 가기 두려운 여성들이 언제라도 112나 지구대를 통해 동행을 요청하면 안전하게 귀가하도록 돕고 있다”며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경찰의 치안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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