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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비뽑기’ 뉴아이패드
오프라인서 구매 얼리 어댑터들 교환·환불 안돼 불만 고조…문제있는 제품 많아 잘 선택해야
긁힘·누런 액정 등 치명적 결함에도
환불은 커녕 교환도 안돼

명백한 소비자 선택권 침해
불공정약관 여부 엄밀히 따져봐야


‘뉴아이패드’가 국내에 출시된 지난 20일, 지모(34ㆍ직장인)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와이파이 전용 모델을 사려던 참이었는데, 지인이 마침 인근 프리스비 매장에서 본인 것을 구매하면서 사다 준다고 하기에 함께 부탁했다.

지 씨는 지인으로부터 새 제품과 함께 ‘교환 및 환불 안내’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네받았다. 이 통지서를 본 지 씨는 기가 막혔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스크래치(긁힘, 찍힘, 유격), 불량 화소, 누런 액정 등 대부분의 제품 결함에 대해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 통지서를 봤다면 뉴아이패드를 국내 대리점에서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환ㆍ환불의 모든 가능성을 막아버린 국내 대리점의 불평등 약관을 인정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어디 감히 교환ㆍ환불을…” 이상한 통지서= 지 씨가 받은 ‘교환 및 환불 안내’ 통지서 상단에는 ‘개봉 후 초기 불량인 경우, 구입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구매 영수증 및 결제 카드를 지참하고 방문하면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합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애플의 공통적인 규정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제품 상태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하단의 조항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선 ‘국내 대리점과 애플스토어(온라인)의 정책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대목이 논란의 여지를 차단한다. 이를 전제로 ‘스크래치’ ‘불량화소 및 액정 안 먼지 유입’ ‘반응속도’와 일명 ‘누런 액정’ 등의 상태를 교환 및 반품 불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 씨의 아이패드는 왼쪽 화면에서 심각한 ‘누런 액정’ 현상이 나타났지만, 환불은 커녕 교환도 거절당했다.

이에 대해 프리스비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교환 및 환불 안내 문서는 특정 매장에서 AS와 관련해 구두로 안내를 드리다가 고객들이 몰리는 상황에서 편의상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교환 및 반품 불가 대상을 명시한 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안내문은 폐기키로 했다”고 밝혔다. 

뉴아이패드

▶해외 소비자들은? “누런 액정, 간단히 반품했죠”= 물론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아이패드의 ‘누런 액정’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애플 온라인 스토어는 물론,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에도 온라인 스토어와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기 때문에 교환 및 환불이 어렵지 않다.

애플 온라인 토론방에서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밝힌 짐 브래머 씨는 “화면에 누런빛을 띠는 것을 발견하고 매장을 다시 찾았는데 진열된 제품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 “완벽한 제품으로 교환이 어려울 것 같아서 환불을 요구했다. 다행히 반품 절차는 매우 간단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실제로 애플 온라인 스토어(http://store.apple.com)의 경우 홈페이지에 아이폰의 경우 손상되지 않은 상태라면 구매 후 30일 이내, 아이폰 외 제품은 14일 이내에 환불 및 교환이 가능하다. 반품 부적격 품목은 소프트웨어 종류나 인쇄제품, 기프트 카드 등에 한정된다.

애플코리아 사이트의 온라인 스토어(http://store.apple.com/kr)도 4월부터 당초 14일이던 환불 가능 기간을 30일로 늘렸다. 따라서 소비자가 제품에 메시지를 새겨넣는 등 조작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품 수령 후 최대 30일까지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들의 횡포, 왜?= 국내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아이폰ㆍ아이패드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심지어 매장에서 포장상자를 열고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한 제품도 교환해 주지 않는 등 인색한 서비스에 대한 경험담이 줄을 잇는다.

현재 국내에서는 온라인 스토어를 제외하고는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 없다. 프리스비나 에이샵, 컨시어지 등은 일반 유통업체가 애플 인증을 받아 운영하는 형태다. 오프라인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날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가게 문을 열 당시 이들 매장은 “애플의 AS 정책 내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매장과 AS센터가 생긴다면 질이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들은 애플 온라인 스토어와는 별개로 환불ㆍ교환 정책을 운영, 제품에 약간 흠집이 있거나 누런 빛을 띠는 정도로는 교환이 어렵다. 애플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매장에서 제품을 살거면 ‘뽑기를 잘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소비자 권리 실종사건= 오프라인 매장의 까다로운 교환ㆍ환불정책이 걱정된다면 온라인 스토어를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 소비자들이 애플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매장의 교환ㆍ환불정책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또 아직까지는 전자제품처럼 가격이 비싼 제품을 구입할 때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다. 신제품이 나왔을 때 제품을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도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향하게 하는 이유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들의 정책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

공정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아이폰의 경우 불공정 약관을 시정해 불량 제품의 경우 교환이 가능토록 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약관이 잘못됐으면 불공정 약관인지 심사를 거쳐 수정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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