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공동대표 사퇴…비례대표는 사퇴 거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투표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특히 이번 경선 부정은 이동식 투표, 대리투표, 이중투표 등 21세기판 ‘체육관 선거’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진보정당의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다. 하지만 사태 수습은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만 사퇴하고, 부정투표로 순번이 뒤바뀐 비례대표 1ㆍ2ㆍ3번은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온책이라는 비판 여론과 함께 부정경선의 책임을 둘러싼 당내 3대 세력 간 공방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당내 일부에서는 이 같은 조치에 즉각 반발, 검찰 고발 움직임이 일고 있어 통진당은 당운을 검찰 수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게 됐다.
조준호 통진당 공동대표(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는 2일 오전 “4ㆍ11 총선 당시 당내 비례대표 경선에서 사무연결상 오류, 중앙당 차원에서의 관리능력 부재로 인해 총체적인 부실선거가 진행된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어 “투표함을 여는 행위와 같은 부정, 기표 오류, 데이터를 수정하는 등의 온라인 투표 결과도 신뢰성을 잃었다”면서 “기술적인 것을 넘어선 심각한 부실선거”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 대표는 “조사 결과 이번 선거는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판단한다”면서 책임소재 규명을 위해 당위원회 회부 등 단호한 조치를 요구했다.
군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박스 떼기’ 투표가 체육관에서 자행됐다는 점에서 통진당의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투명’과 ‘신뢰’가 생명인 진보진영에서조차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구(舊)시대적 발상이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진보진영은 물론 운동권에도 경종이 되고 있다.
통진당은 이와 관련, 이날 사태 수습 방향을 좀 더 모색한 후 3일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 1일 밤 이정희ㆍ유시민ㆍ심상정 공동대표의 긴급회동에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 수습 가닥은 부정선거의 책임을 지고 이 공동대표만 사퇴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작 이번 사건해결의 핵심인 비례대표 3명(윤금순ㆍ김재연ㆍ이석기)은 사퇴 불가 방침을 명확히 해 통진당은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당장 통진당 부정선거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이청호 부산 금정구 의원은 “후보가 직접 가담 안 했는데 왜 사퇴를 하느냐고 하는데, 그럼 이정희 대표는 (4ㆍ11 총선 당시) 왜 사퇴했냐”며 검찰 고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또 “사퇴 안 하는 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칙을 저질러놓고, 남의 자리 도둑질해 놓고… 당원들은 용납할 수 있어도 국민들이 봐주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석희ㆍ김윤희 기자>
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