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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우병 조사단 ‘빈손 귀국’
발병농장 가보지도 못하고
농장주와는 ‘칸막이 면담’
도축장·인근농장 등만 방문
수박 겉핥기식 조사 그쳐

美정부와 충분한 조율없이…조사단 급파 비난여론도




지난달 미국에서 발생한 소해면상뇌증(BSE·일명 광우병)을 조사하기 위해 떠났던 조사단(민관합동)이 11일 귀국했다. 그러나 조사단은 열흘이 넘는 현지 조사에서 정작 BSE 발견 농장엔 가보지도 못하고 연구소 방문 등 ‘수박 겉핥기 식’ 일정만 수행하고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단은 이날 귀국 직후 과천 정부종합청사로 이동, 중앙가축방역협의회 BSE분과위원회에 참석해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가축방역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인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지난 4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늙은 젖소 한 마리에서 BSE가 발병했다는 발표에 따라 정부는 관련 사실을 국민들께 신속히 알려드리고 검역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며 “지난달 30일부터 12일간 민관합동조사단을 파견, 국립수의연구소 등을 방문해 광우병 발병 소의 나이, 비정형 BSE 판정 경위, 미국 BSE 관련체계 등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주이석 현지 조사단장은 “이번 현지 방문을 통해 미국의 BSE 관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국내로 수입되는 쇠고기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미국 국립수의연구소와 쇠고기 도축장 등 여러 곳을 돌며 국민들 눈높이에 맞춰 꼼꼼히 조사했고, 이번에 발생한 BSE가 비정형 BSE이고 해당 소가 식용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광우병이 발병한 미국 현지 조사에 나섰던 민관합동조사단이 11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그러나 발병 젖소 농장에도 가지 못하면서 부실 현지 조사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단 일정의 핵심은 발병 젖소 농장 방문이었다. 직접 농장에 가서 발병한 젖소의 사육일지, 이력관리 기록, 사료일지 등 기초자료를 수집해 이를 토대로 해당 농장의 과실인지, 검역관리체계에 문제가 있는지를 따졌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단의 일정은 대부분 검역검사소, 수의연구소, 대학연구소 등을 방문하거나 이번 발병과 무관한 도축장, 사료농장, 인근 농장에 찾아가는 수준에 그쳤다.

마치 경찰이 사건이 발생해 출동했는데 현장 투입은 못하고 주변만 배회하거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조사단은 현지에서 해당 농장 방문을 여러 차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로 끝내 무산됐고, 이 대신 성사된 농장주와의 면담도 칸막이를 두고 서면으로 미 농무부 직원을 오가게 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조사단이 사전에 미 정부와 충분한 조정을 못하고 다소 다급하게 출국 길에 올랐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 조사단은 기간 내내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활동 공개를 꺼렸다. 이에 정부가 광우병 반발 여론이 일자 진화에 급급해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고 조사단을 급파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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