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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ㆍ중ㆍ일 FTA ‘同床三夢’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미국, 유럽에 이어 세계 경제 3대축으로 부상한 동북아시아 경제권이 ‘오리엔탈 경제특급 열차’ 개통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과 중국, 일본 정상은 지난 13일 올해 안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한ㆍ중ㆍ일 투자보장협정도 체결했다. 이는 3국간 최초의 경제협정이다.

한중일 3국은 그 동안 ‘이성적으론 친구, 감성적으론 타인’이었다. 역사적 사건들이 3국을 그렇게 만들었다. 그런데 현재 3국은 FTA를 통한 동북아 경제통합을 외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동북아 경제통합 논의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사적 전환점일지 모른다.

세계경제의 양대축이던 미국과 유럽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 세계의 이목은 상대적인 안전지대인 동북아시아 3국의 움직임에 집중돼 있다. 동북아시아는 지금 전세계 정치ㆍ경제ㆍ외교ㆍ군사ㆍ안보의 핵이다.

▶한중일 FTA는 중국이 먼저 꺼내든 카드= 한중일 3국간 FTA는 지난 2002년 중국이 먼저 꺼내든 카드였다. 정치적으로는 동북아에서 중국의 고립 전략을 추진해온 미국을 견제하고, 경제적으로는 수출시장 다변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3국 모두 큰 틀에서는 FTA를 연결고리로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는 데는 뜻을 함께하고 있지만, 실제 달성을 위해선 외교ㆍ경제적 실익을 변수로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때문에 현재까지 ‘동상삼몽(同床三夢)’ 수준에 그치고 있는게 사실이다.

협상 주체가 늘면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와 변수가 늘어 각국의 실익이 거미줄처럼 꼬이게 마련이다. 3개국이 모두 당위성과 기대효과에 공감하면서도 9년 동안 연구에만 매달린 것이 이를 방증한다.

따라서 3국간 FTA 논의는 통합패키지인 한ㆍ중ㆍ일 다자간으로 이루어지는 동시에 한ㆍ중, 한ㆍ일, 중ㆍ일 등 양자간이라는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다자간보다는 양자간이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중 FTA 14일 공식 협상 개시= 한국과 중국은 14일 베이징에서 FTA 공식협상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우리측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과 중국의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은 이날 함께 협상테이블에 앉아 양국의 핵심 분야인 농업 및 제조업 부문을 포함해 협의를 시작했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셋보다는 둘이 더 빨리 가지 않겠느냐”며 한중일 FTA보다 한중 FTA를 더 우선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의 경제패권화를 우려한 일본은 지난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선언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미국과 EU(유럽연합)에 이어 중국과도 FTA를 추진하자 다급해진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 2003년에도 한국과 FTA 협상을 벌였지만 자국에 유리한 공산품 개방에만 열심을 보일 뿐 농산물 쪽엔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결렬된 바 있다.

중국도 한국이 주요 선진국들과 FTA를 성사시키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과의 FTA 추진을 통해 일본의 TPP 참여 움직임에 대한 견제 제스처를 취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이같은 역학관계를 효과적으로 협상에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칫 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을 적절히 이용할 경우 앞으로 구체적으로 진행될 중국과의 FTA 협상에서 농산물 분야 등 민감한 품목에 대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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