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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계 드러낸 정부 회수작업…공적자금, 공짜자금 전락 우려
사라진 공적자금 56조
외환위기 이후 예보·캠코…총 168조6000억 지원
부실·손실보전 목적 사용…사실상 상당부분 회수 어려워

유럽발 재정위기 장기화 속…우리금융 등 매각 지지부진
정부선 “회수율 외국보다 높다”…세밀한 시장분석·매각계획 시급



# 지난 18일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예보)에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심사소위원회가 열렸다. 조속한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지지부진한 매각 절차를 점검하고, 향후 매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쌍용양회공업 등이 논의 대상에 올랐다. 이날 오전 8시30분에 시작된 회의는 참석자 간 격론까지 오가면서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 끝났다. 한 참석자는 “회의에 올라온 안건이 많은 데다 모두 민감한 사안으로 논의할 내용이 많았다”면서 “유로존 재정위기 등 국내외 매각 여건을 점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적 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팔겠다고 내놓은 기업들을 사겠다고 나서는 주인이 없다. 유럽발 재정위기를 포함해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현재 내놓은 정부 소유 기업 지분을 다 판다고 해도 56조원은 회수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급할 때는 국민의 세금을 끌어쓰면서도 사후관리는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적 자금 ‘3분의 1’ 못 받는다=공적 자금은 1997년 말 외환위기(IMF) 당시 기업과 금융회사의 도산을 막기 위해 예보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168조6000억원이 지원됐고, 최근까지 103조원가량 회수됐다. 앞으로 회수가치가 있는 정리 대상 자산은 9조원 정도. 최종 회수율은 66%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공적 자금이 ‘회수율 100%’를 목표로 하진 않는다. 예보가 부실 금융회사에 ‘출연 또는 예금 대지급’ 방식으로 지원한 공적 자금은 발생한 부실에 대한 손실 보전 목적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상당 부분 회수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24일 “공적 자금은 실물경제로 부실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입된 유동성”이라면서 “공적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을 때 발생했을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회수된 금액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거 부실화되자 2269억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61.2%(1388억달러)의 회수율을 기록했고, 일본은 1990년대 제2지방은행의 구조조정을 위해 46조8000억엔을 지원해 52.8%(24조7000억엔)를 회수했다.

▶‘무사안일’한 공적 자금 회수 작업=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정리 대상 자산은 우리금융그룹(예보)과 대우조선해양 교보생명 대우일렉 쌍용건설 쌍용양회공업(이상 캠코) 등으로 9조원 규모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대로 지분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수년간 금융위기의 파고가 거셌고, 올 들어서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매각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령 2007~2008년 대우조선해양 교보생명 쌍용건설 등을 매물로 내놨지만 금융위기가 닥쳐 입찰 참여자들 스스로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그러나 매각 실패를 시장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정부 스스로 시장 분석 능력에 있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실패한 방식으로 재매각을 추진하는 등 정부의 회수 작업이 ‘무사안일’에 빠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 소유 지분 매각 등이 시장 여건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공적 자금 회수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매각 시한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공적 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면서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좀 더 세밀한 시장 분석과 매각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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