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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은이파’ ‘서방파’ 조폭이름 어떻게 짓나했더니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 출신 김태촌(63)씨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지난 2일 알려지며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김씨의 범서방파는 1980년대 전국 3대 조직폭력배(조폭) 중 하나로 유명하다. 그러나 범서방파라는 조직명이 어떻게 이름 붙여졌는지 아는 이는 드물다.

서방파는 광주광역시로 흡수된 옛 지명 ‘광산군 서방면’에서 유래했다. 김씨가 17세 때 폭력사건으로 다른 10여명과 소년원에 들어갔을 때, 김씨가 살았던 서방면의 이름 때문에 이들이 ‘서방파’라고 불렸던 것. 이후 김씨는 광주에서 서울로 근거지를 옮긴다. 서방파가 다른 조직을 흡수하면서 다른 세력까지 포괄했다는 뜻의 ‘범(汎)’자를 붙여 범서방파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조직명 누가 짓나= 조폭의 조직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검찰이 수감 중인 조폭 조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폭 이름의 절반 이상은 검찰이나 경찰이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조직은 대개 ‘조직’으로 불리는 것을 꺼려 스스로 이름을 짓지 않는다. 현행법상 정해진 이름과 행동수칙 등이 있으면 ‘범죄단체’로 몰려 조폭의 우두머리는 최고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원도 무거운 형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조폭 조직원은 무거운 형벌을 피하기 위해 조직을 뜻하는 ‘~파’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수사과정에서 조직의 특징에 맞게 이름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 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한 조직이 적발되면 조직명을 갖고있다더라도 이를 숨긴다”며 “수사과정 중 경찰청에서 조직의 특징을 중심으로 이름을 짓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조폭들도 조직명이 생기면 자신들의 세(勢)가 커진 것으로 인식한다. 또 스스로 만들진 않았지만 불리는 조직명에 소속감을 갖게 된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이 파악한 전국 조폭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1년 7월 말 현재 조폭은 전국적으로 220개 조직에 5451명이다. 그러나 이들 조직에 기생하는 소규모 불량배까지 합하면 모두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은 ‘화양파’ 등 23개로 498명이 활동한다. 부산은 23개 조직 397명이 활동해 인구 대비 조직원이 가장 많다. 조직 및 조직원수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로 29개 조직에 898명이다.

이밖에 인천은 ‘꼴망파’ 등 13개, 대구는 ‘동성로파’ 등 11개, 광주는 ‘콜박스파’ 등 8개가 있다. 제주에도 ‘땅벌파’ 등 3개 조직이 있다.

▶조직명은 ‘활동무대’에서=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조폭 조직명 대부분은 주 활동무대에서 유래한다”고 말했다. 조폭의 근거지인 인근 술집, 음식점 등의 상호를 딴 이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1980년대 전국 3대 조폭 ‘OB파’도 마찬가지다. OB파의 원래 이름은 ‘대호파’였다. 대호파가 활동한 근거지가 광주시 충정로 일대 ‘대호다방’이었기 때문에 대호파로 불렸다. 이후 대호파 소속 이동재가 광주시 충정로 5가의 레스토랑 ‘OB’에서 활동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면서 OB파로 불리게 됐다.

전남의 ‘국제PJ파’는 그 당시 광주시 충정로의 국제당구장과 PJ 음악감상실에서 자주 모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사들 사이에서 국제PJ파라는 말이 나왔다. 광주시내 ‘동아다방’을 거점으로 한 동아파도 비슷하다.

대구 동성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동성로파’, 대구 향촌동에서 주먹을 썼던 ‘향촌동파’도 지역 근거지를 이름으로 삼았다. 인천의 ‘부평식구파’도 활동지역 부평을 근거로 만들어졌다. 또 마산의 동네이름 오동동에서 이름을 딴 ‘신오동동파’도 비슷하다.

전북 익산(이리)의 ‘이리 배차장파’는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수원의 ‘북문파’와 ‘남문파’는 문화재에서 영감을 얻어 작명한 것이다.

광주 충장 우체국 옆 공중전화부스 15개를 중심으로 활동한 조직은 ‘콜박스파(공중전화부스파)’로 불렸다. 또 광주 ‘신양관광파’ 역시 인근 신양관광호텔이 주무대였기 때문에 이름 붙여졌다.

경기도 폭력 조직의 이름도 지역 이름을 딴 게 대부분이다. ‘안중파(평택)’ ‘병점파(화성)’ ‘계산파(인천)’ ‘연수파(인천)’ 등이 있다.

▶두목이 유명하면 조직명으로= 두목의 이름이나 별명에서 조직명을 만든 경우도 있다. 서방파와 함께 국내 폭력조직을 양분한 ‘양은이파’는 두목 조양은씨의 이름에서 따왔다. 대전 지역의 ‘옥태파’와 ‘진술파’, 서울 지역의 ‘기종이파’, 구미 ‘오영이파’ 등이 모두 두목 이름에서 조직명이 만들어진 것이다.

두목 별명에서 착안한 경우도 있다. 서울 청량리 사창가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한 폭력조직 ‘까불이파’는 두목의 별명이 까불이였다. 인천 최대 폭력조직이었던 ‘꼴망파’는 2009년 구속된 두목의 별명 꼴망에서 비롯됐다. 서방파의 전신인 ‘번개파’ 역시 두목의 별명에서 착안한 것이다.

기존 조직 명칭을 바꾸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부산의 ‘칠성파’다. 1950년대 부산 피란민 시절 학생 깡패 조직이었던 ‘세븐스타(seven star)’가 조폭으로 바뀌면서 칠성파가 됐다.

존경하는 대상의 이름을 조직명으로 짓는 경우도 있다. 청주 지역의 ’시라소니파’는 자신들을 전설적 주먹 ‘시라소니(이성순)’ 후예로 칭하며 조직명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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