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노동인권센터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A(47)씨. 그는 지난 2005년 8월 B보험사에서 세 종류의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각각 매월 9만6300원, 3만4000원, 5만6000원의 보험금을 납부하면 20~40년동안 질병 및 상해 발생 시 입원비 및 생활비를 보장하는 상품이었다. 보험 가입 후 1년3개월이 지난 2006년 11월께 A씨는 건설공사현장에서 부상을 당했다며 병원 두 곳에서 79일 동안 입원한 후 보험금 870만여원을 수령했다. 2007년 4월에는 축구 경기 중 부상으로 보험금 1993만여원, 2008년 2월에는 대상포진 발병으로 1375만여원을 각각 받았다. 같은 해 6월에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머리를 다쳤다며 119일동안 입원한 뒤 11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보험 가입 후 약 3년 동안 그가 수령한 보험금은 5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씨는 촛불집회 사고 관련 후유 장애가 있다며 3000만원 상당의 추가보험금 지급을 요구했다. 보험사는 2008년 11월 채무부존재확인소송(부당 청구 무효화)을 제기했고 그는 패소했다. 이후 축구 경기 사고 시 상해가 아닌 질병으로 처리돼 3800여만원의 보험금을 손해봤다며 추가 지급을 요구했지만 보험사는 또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2009년 1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서울 역삼동 소재 B보험사 사무실 앞과 대주주인 보험사 부회장 집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미지 타격을 우려한 회사는 1억10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했다.
그는 “보험사가 민원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다”며 서울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금감원은 보험사에 해결을 요구했다. 2011년 10월 보험사는 A씨에게 금감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425만원의 합의금을 추가로 지급했다.
A씨와 보험사의 싸움은 계속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상해간병비 지급을 누락했다며 보험사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한달동안 부회장 집 앞에서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보험사는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법원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중앙지법으로부터 부회장 집 접근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지난 해 12월28일 저녁께 B보험사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한남동 소재 건물에 몰래 침입했다. 옥상에 올라가 밧줄을 묶고 건물 벽에 매달려 시위를 했다. “부회장을 불러오지 않으면 밧줄을 잘라 건물 아래로 떨어져 죽겠다”며 약 2시간40분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일대 교통은 마비가 됐고 그의 자살 시위 모습은 일부 방송을 통해 보도가 되기도 했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형사1단독 이현우 판사는 A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 근거해 흉기 휴대 및 주거침입, 재물손괴, 공갈미수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자살 시위 이후에도 회사 관계자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불상의 금액을 받으려 했으나 회사 측이 합의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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