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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곽노현, ‘기관장’과 ‘정치인’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대법원 판결 한달 앞둔 곽노현의 세력 다지기?…개인 행사에 진보교육계 총출동

-교육감 지지단체 주최 행사에 서울시교육청 실ㆍ과장 대거 참석

-시민들 “정치인 후원행사 보는 것 같아”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지난 26일 오후 7시. 서울 남산공원 내 찻집 ‘다담에뜰’ 마당 에선 ‘곽노현’을 연호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인 ‘곽노현ㆍ서울혁신교육지키기범국민공동대책위원회’와 ‘곽노현과함께하는사람들’이 주최한 ‘곽노현 교육감과 함께하는 힐링콘서트’가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 이 자리에는 200여명의 단체 관계자 및 시민들이 참석했다. ‘곽 교육감의 진실을 구하는 교사ㆍ학생ㆍ시민사회들이 상처받은 서로를 치유하기 위한 힐링콘서트’라는 제호 아래 음악 공연 형식으로 진행됐다.

음악 공연을 표방했지만 사실 이날 행사는 곽 교육감의 ‘제 식구 챙기기’ 행사와 다름 없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직접 행사장을 찾았고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곽 교육감을 지키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수호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들도 행사장에 방문했다. 이른바 ‘진보’로 표방되는 교육 관계자들이 대거 집결한 셈이었다. 한 인디가수는 이날 공연에서 집회ㆍ시위 현장에서 주로 부르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다.

시교육청 주요 실ㆍ과장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행사 하루 전인 25일께 “교육청과 상관 없이 곽 교육감을 지지하는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는 시교육청 내 주요 인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최근 ‘측근 인사 특채’ 논란의 중심에 섰던 비서실장 및 비서실 소속 보좌관, 학생인권조례 제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책임교육과장 등이 행사를 관람했다. 시교육청 공식 일정이 아니었음에도 공보실 소속 사진 촬영 담당 공무원이 행사장에 나와 공연 및 곽 교육감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곽 교육감은 이날 행사 말미에 “어떠한 시련에도 쫄지 않고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이겨낼 것”이라며 “우리는 교육 희망으로 하나가 됐다. 여러분과 함께 어떠한 시련도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오는 7월 대법원 최종심 판결을 앞두고 본인의 결백함을 완곡하게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곽 교육감이 무대에서 5분 가까이 연설을 하는 동안 ‘곽노현’을 외치는 구호가 이어졌고 두번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후 곽 교육감은 가수 노사연의 노래 ‘만남’을 불렀다.

이날 행사장 밖에서 콘서트를 관람한 한 시민은 “마치 정치인 후원행사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의 눈에도 이날 곽 교육감의 모습은, 자신의 이름은 뒤로 미루고 정책 및 교육 행정에 집중해야 할 교육 기관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서울 교육을 둘러싼 정치적ㆍ이념적 논쟁이 지난 1년 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교육감 스스로 이념적 행보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을 피하고 교육 정책 실현에 더욱 집중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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