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넥타이등 모양 다양
여성 치마속 몰카용 악용
일반인 알아낼 방법 없어
규제책도 전무 단속 사각


경남 진주시에 사는 A(41) 씨는 2004년 인터넷 쇼핑몰에서 길이 6㎝의 초소형 캠코더(캠)를 13만원에 구매했다. 이 초소형 캠을 자신의 운동화 발등 부분에 숨겨 여성의 치맛속을 촬영했다. 대형마트, 시장, 길거리 등에서 여성 221명이 당했다. A 씨는 같은 제품을 3차례나 구매해 이런 수법을 8년간 이어왔지만 한 번도 발각되지 않았다.

초소형 캠은 주로 방범ㆍ보안ㆍ파파라치 등에 이용되는 것으로 판매 자체는 ‘합법’이다. 그러나 초소형 캠이 현재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범죄 수단으로 악용돼 몰래카메라(몰카)로 변질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여성은 이런 몰카범에게 치를 떨고 있지만, 경찰은 마땅한 규제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 초소형 캠을 구매하는 것은 매우 쉽다.

경남지방청 관계자는 “초소형 캠은 국내 판매인증(방송통신위원회)만 받으면 판매와 구매는 불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초소형 캠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무수히 많은 판매업체가 나온다.

손목시계, 넥타이, 자동차 열쇠, USB메모리 등으로 모양도 다양해 캠코더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단추 모양의 초소형 캠도 있다. 기능도 최첨단이라서 보통 300만화소 이상 고화질로 2시간 연속 촬영이 가능하다. 사람이 움직일 때만 촬영하는 동작감지 기능도 있다.

최근에는 한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손목시계형 초소형 캠을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때 300여명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소형 캠을 판매하는 A업체 관계자는 “초소형 캠을 연령ㆍ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회원가입 후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격은 15만원부터 40만원까지 다양하다. 적외선 손목시계형 초소형 캠 같은 경우엔 밤에도 적외선으로 촬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초소형 캠이 몰카로 변질될 시 탐지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경남지방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초소형 캠을 몰래 숨겨 촬영하면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몰카 탐색 전문업체 시큐리티아이시스템 관계자도 “자체 저장형 캠코더인 초소형 캠코더를 탐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선 송수신 방식의 카메라의 경우엔 전파를 통해 몰카 탐지가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자체 저장형 캠코더 경우엔 렌즈를 발견하거나 불빛을 렌즈에 쏴 반사되는 빛을 보고 찾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서울청 정보통신관리계 관계자는 “초소형 캠코더 성능이 최근 급격히 향상돼 이를 차단하거나 발견할 방법이 없다”며 “몰카를 찍는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의 부자연스러움을 육감적으로 느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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