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집에서 나와 살고 있다. 그들이 편안한 집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직장 때문이었다.
헤럴드경제와 온라인취업포털 잡코리아(www.jobkorea.co.krㆍ대표 김화수)가 함께 전국 미혼 직장인 남녀 68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직장이 멀어서 독립을 해야만 했다”고 답한 직장인은 전체 57.7%에 달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직장을 다니거나 출퇴근 시간 만원 지하철과 버스에 시달리다 못해 직장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자취 중인 직장인 중 절반이 “직장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살고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한 시간 이상 거리에 산다는 응답은 11.1%에 불과 했다.
“성인이 되면 독립을 하는 것이 옳다”(22.9%)거나 “부모로부터 자유롭고 싶어서”(17.7%) 독립했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적극적으로 독립적 삶을 택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온 경향을 보였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직장인에게도 그 이유를 물어봤다. 절반의 직장인은 “자취에 들어가는 집세나 생활비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집에서 나와 혼자 살고 싶어도 빠듯한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참을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자취 생활의 외로움”(3.2%)은 큰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실제로 독립생활을 하는 직장인에게 가장 큰 고민은 돈 문제다. 자취를 하는 직장인 44.7%가 공과금이나 집세 등 ‘생활비의 부담’이 독립생활의 단점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한 달 평균 37만9000원가량의 집세와 15만7000원의 관리비 및 공과금을 내고 있었다. 집에서 나와서 아무것도 입고 먹지 않아도 꼼짝없이 53만6000원은 써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전국 평균이므로 수도권만 따지면 이 금액은 훨씬 높아진다.
4명 중 1명은 혼자 살면서 불규칙한 식사나 수면으로 건강이 나빠져 독립생활에 회의가 든다고 답했고, 5명 중 1명은 청소나 빨래 등이 부담된다며 집안일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돈 문제, 집안일 걱정에도 불구하고 혼자 살면 좋은 이유를 물어봤다. 여러 어려움을 헤쳐나가면서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진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다. “늦게 집에 들어오거나 늦잠을 자도 잔소리를 듣지 않기 때문”이라는 직장인도 45.5%나 돼 독립생활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단점이 뚜렷하다보니 “독립을 하기 적당한 시기”(복수응답)에 대한 반응도 엇갈렸다. “취업하고 바로 해야 한다(105.9%)”는 의견과 “결혼하면서 해야 한다”(118.6%)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라고 답한 직장인은 30.8%에 불과해 어린 나이부터 독립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언제부터 부모로부터 떨어져 독립된 자아로 생활할 것인가’에 대한 현대 직장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