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서울에 스토리를 입히겠다”
-“일처리는 빠르게, 시장앞에서도 아닌건 ‘노’(No)를 외쳐라”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서울시장 취임 6개월여, 시정 전반에 자신의 색을 입혀가고 있는 박원순 호의 시정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1박 2일 일정으로 시 고위 간부 50명과 함께 도봉 숲속마을에서 가진 비공식워크숍에서 자신의 시정 방향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번 워크숍에서 박원순 시장은 ‘박원순의 길’(Park’s way)이란 제목의 강연을 통해 시정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밝혔다. 박 시장은 평화란 뜻의 라틴어 ‘Pax’를 연상시키는 제목을 넣어 순항하기 위한 박원순 호의 방향을 확실히 내비쳤다. 공무원이 지녀야 하는 자세와 덕목도 제시했다. 시정 최고결정자의 가치와 철학이 들어가있다는 점에서 이날 강연은 향후 박원순 호의 시정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1시간 30분에 걸친 강연에서 ▷서울보물론 ▷공유도시 ▷꼼꼼 원순론 ▷예방행정론 등의 시정철학과 함께 공무원을 대상으론 ▷명탐정론 ▷전광석화론 ▷고집론 ▷공직청빈론 등의 가치를 제시했다. 이날 연설에 나타난 박원순 호의 시정방향은 ‘되살리는 서울, 세심한 서울’,이며 바람직한 공무원 상은 ‘꼼꼼하되, 빠르고 시장에게 노(No)를 외칠수 있는 소신있는 공무원’이다.
박시장은 “서울은 해외 유명도시 못지 않게 자랑거리가 많다. 하지만 개발위주의 변화를 겪으면서 많은 가치들이 잊혀졌다”며 “서울의 성공은 잊혀진 서울의 스토리를 어떻게 스토리텔링하느냐에 달렸다”고 ‘서울보물론’을 제시했다.
또 “서울이 가진 많은 자원들을 서로 활용하고 공유하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수 있다”며 “서울시 내에는 아직도 유용하게 활용할수 있는 공간, 건물이 많다”고 공유를 통한 활용도 높은 서울의 모습(공유도시)을 제시했다.
박시장은 또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소설 ‘뿌리깊은 나무’의 저자 한창기 선생을 지목하며 “거대한 담론보다 디테일 챙겨라”(꼼꼼 원순론), “소잃고 돈 더 들여 외양간 고치기 전에 잘하자”(예방행정론) 등의 생각을 피력했다.
공무원들에는 “열린 귀를 갖고 소신을 갖고 일하라”고 당부했다.
박 시장은 “정책을 추진할땐 많은 의견을 듣고 다각적으로 검토하고(명탐정론), 신속하게 처리하며(전광석화론), 시장에게 노(no)를 외칠수 있는 소신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이어 “공무원은 권력을 누리거나 재물을 갖고자 하는 자리가 아니다. 부자가 되려면 공직을 떠나라(공직청빈론)”며 최근 파이시티 비리에 서울시 공무원이 연루된 것과 관련,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강연이 끝난 뒤 박원순 시장은 간부들과 저녁술자리를 겸한 토론시간을 가지며 직원들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섰다. 다음날인 24일에는 아침 일찍 직원들과 도봉산 등산을 통해 팀워크를 다졌다.
워크숍에 참석한 서울시 한 고위관계자는 “박 시장 취임 이후 생긴 오해들을 풀고 서울시가 나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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