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검진은 대기 없이 바로 받을 수 있어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주부 황모(31)씨는 아이의 영유아건강검진을 예약하기 위해 집 근처 소아과에 전화를 걸었다. 두 군데나 전화를 했지만 무료 검진은 예약이 다 차서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유료 검진은 언제든 와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황씨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멀리 떨어진 양천구 소재의 무료 검진 병원을 이용했다.
영유아건강검진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이용에 제약이 있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정한 영유아검진기관은 한 지역구 내에도 수십 개. 쉽게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무료 검진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예약을 하더라도 몇 달을 기다리기가 일쑤다. 대기자가 꽉 차 예약조차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주말에는 검진을 하지 않아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은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한 병원에서도 무료 검진을 받기 위해서 대기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더라도 유료 검진을 받고자하면 예약 없이 바로 받을 수 있어 지정병원수나 진료인력의 문제라고 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이용이 불편하기 때문에 무료 검진의 이용률은 저조하다. 2010년 기준 영유아검진 대상자 267만1334명 중 검사를 받은 인원은 133만9396명으로 절반에 그쳤다.
구로구 소재의 모 소아과병원 관계자는 “무료 검진은 대기자가 많기 때문에 예약제로 운영하고 대기 시간이 길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 역시 “예약을 하도록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 검진기관마다 사정이 있으니까 예약을 받는 것”이라며 “의사가 조용한 시간에 검진을 하려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검진기관 중에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병원이 한정돼 있고 그런 곳은 사람이 많이 밀려서 몇 달씩 걸린다”며 “암 환자가 유명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진의 수익성이 낮아 일선 병원에서 기피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관계자는 “검진의 경우 진찰료가 공단에 환수되고 일반 진찰에 비해 시간 대비 수익성이 낮다”며 “유료 검진이 무료 검진보다 병원 수익에 좀 더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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