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주식을 놓고 벌어진 삼성가 상속분쟁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변론기일부터 팽팽히 맞선 양측 변호인들은 앞으로 있을 뜨거운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2부(부장 서창원)는 30일 오후 4시 558호 법정에서 선대회장의 장남 이맹희씨(81)와 차녀 이숙희씨(77ㆍ여) 등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0) 등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故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1987년으로부터 25년, 삼성특검으로 차명주식의 존재가 밝혀진 2008년으로부터 4년이 지난 시점에 벌어진 이번 분쟁의 핵심 쟁점은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어떠한 권리의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을 넘겼느냐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상속권의 침해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원고 측 대리를 맡은 변호사는 “관련법상 제척기간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외관상(외부에서 보기에) 상속인이어야 한다”며 “그러나 이 회장은 상속 주식을 차명으로 은닉 관리해 상속인임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회장 측은 삼성특검 수사 발표로 차명주식을 알았다고 하지만 당시 발표내용 가지고는 상속인들이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삼성 측에서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을 보내온 이후에야 상속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선대회장은 생전에 이 회장을 후계자로 정하고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밝혔다”며 “주식은 이러한 유지에 따라 인도된 것으로 상속인들 모두 이에 동의했기 때문에 25년간 다툼이 없었다고”고 반박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지금에 와서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이미 제척기간이 지나 부적법하다”며 “상속 시점에 비해 주가가 40배나 상승한 지금에 와서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이 회장 측 변호인에게 “선대회장이 사망한 1987년 당시 삼성생명, 삼성전자의 주식 자료와 상속분할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맹희씨 등은 “이 회장이 선친의 차명주식을 다른 형제들 모르게 차지했다”며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이들이 청구한 금액은 모두 합해 1조원대에 달하지만, 여기에 확인되지 않은 삼성전자의 주식으로 소송이 확장될 경우 소송가액은 3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한편 다음 변론은 오는 6월 27일 오후 4시에 서울중앙지법 558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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