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건 세탁 후 버린 폐수에서는 ‘청산가리’ 성분까지 검출돼
-현행 물수건 관리기준은 대장균과 세균 수 만 규제…중금속 검출돼도 처벌 근거 없어
[헤럴드경제= 박수진 기자] 인체에 해로운 납이나 구리 등 중금속이 포함된 비위생 물수건 수억장을 시중 음식점에 납품해 온 물수건 위생처리업자들이 대거 경찰에 적발됐다. 물수건에서 검출된 중금속은 피부염이나 복통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유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중금속 포함 여부를 규제하지 않는 현행 물수건 위생기준의 허술함을 악용했다. 현행 관리 규정은 물수건의 중금속 포함 여부를 규제하고 있지 않아 수억장의 비위생 물수건을 납품한 이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1일 중금속이 포함된 비위생 물수건 3억600만장을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 일대 600여개 시중 음식점에 납품하고, ‘청산가리’ 성분이 포함된 폐수를 무단 방류한 혐의(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 관한 법률위반)로 물수건 위생처리업자 A(46)씨 등 1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지난 1995년부터 최근까지 17년여동안 서울 강동ㆍ강서구 일대에서 물수건 세탁업체를 운영하며 식당 등 음식점에 물수건을 납품하고, 사용한 물수건을 세탁 해 다시 납품하는 물수건 위생처리업을 해왔다.
중금속에 오염된 물수건을 적발한 경찰이 증거물로 제시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A씨 일당은 수거한 물수건을 세탁한 후 재포장해 납품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납이나 구리 등 중금속이 남아있는 물수건을 납품해왔다. 물수건을 세탁할 때 쓰인 물에서는 청산가리 성분인 ‘시안’이 포함된 화합물’과 해수의 적조를 유발하는 ‘인’성분이 검출됐다. 이들은 정화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폐수를 연간 3만2000톤 가량 하수도에 무단 방류하기까지 했다.
관계법령상 물수건 위생업체는 1시간 당 1톤 이상의 수질오염물질이 포함된 폐수를 배출할 경우 정화시설을 설치하고 관할구청에 ‘폐수배출시설’로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들은 정화시설을 설치조차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물수건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B업체의 물수건에서는 납 3.7㎎/L , C업체에서는 구리가 6.7㎎/L이 이 검출됐다. 납중독은 식욕부진 및 체중감소, 복통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구리는 장기간 피부에 접촉하면 수포 등을 수반하는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인체에 유해한 비위생 물수건을 3억장 이상 납품하며 서민들의 건강을 위협했지만 정작 A씨 일당은 폐수 방류에 대한 혐의만 적용이 된 상태다.
이유는 현행 공중위생관리법 상 물수건 위생 기준은 대장균과 세균수 외에 중금속에 관한 규정 등이 없기 때문. 1994년 당시 보건사회부 고시로 규정된 물수건 위생 기준은 ▷외관의 손상이나 변색 ▷이물질 부착 여부 ▷대장균 음성 반응 ▷크기 당 일정 세균수 초과 여부만을 규정하고 있다.
A씨 일당은 경찰 조사에서 “식당업주나 소비자들이 물수건으로 테이블이나 불판을 닦는 탓에 물수건에서 중금속이 검출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원가 70원에 물수건을 제작해 평균 물수건 한장 당 50원을 받고 음식점에 납품해왔다. 재수거 횟수가 평균 5회 정도로 한장 당 250원을 받은 셈. 순이익은 180원 정도였다. 경찰은 “이들의 한달 수익이 1000만원 안팎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중위생관리법 상 물수건 위생기준 강화를 보건복지부에 요청하고 관할 구청에 피의자들의 행정처분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