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생 물수건 수억장 수도권 대량유통 업자 무더기 적발
복통·피부염 유발 위험중금속 다량 함유 충격
쓰고 남으면 테이블 닦고
심하면 행주·걸레 대용으로
# 1. 직장인 김모(44) 씨는 땀이 많은 체질이라 식당에 가면 물수건부터 찾는다. 손부터 닦기 시작해 얼굴 전체에 걸쳐 물수건을 알뜰하게도 사용한다. 흰색 천 재질에 이물질도 없어 겉으로는 깨끗해보여 별다른 의심 없이 사용해왔다.
# 2. 고깃집에서 테이블을 정리하는 여종업원 양모(46) 씨. 양 씨는 손님이 쓰고 남긴 물수건으로 테이블을 닦는다. 테이블에 떨어진 일반 양념은 물론이고 기름 때까지 초벌로 닦아내는 데 물수건이 안성맞춤이다. 양 씨는 주방에서 물수건으로 그릇을 닦고 물기를 제거하는 등 행주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시중 음식점에 중금속이 오염된 물수건이 유통되는 등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지만 이를 척결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당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끊고 있다. 특히 물수건 관리 소홀 및 재활용에 따른 세균 감염 등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원인 진단과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정책 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웩~”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중금속에 오염된 물수건이 무려 3억600만장이나 시중에 유통됐다. 식당 등에서 흔히 쓰는 물수건이 이럴 줄이야…. 국민은 경악한다. 그동안 손을 닦고, 나이 든 직장인들은 얼굴에 목까지 닦았다. 토가 나올 지경이다. 어이없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31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압수한 물수건 등이 진열돼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이번에 적발된 업자는 서울, 경기 지역 600여 음식점에 중금속이 포함된 물수건 3억600만장을 납품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 지역 일대의 음식점을 이용한 고객은 물론 식당 업주 역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천으로 된 물수건의 경우 재활용된다는 점에서 세척과 유통상의 관리 감독이 철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관계 당국이 관리에 소홀했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당국도 책임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적발된 업자는 구입한 물수건을 5차례에 걸쳐 회수해 다시 음식점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물수건에 복통을 일으키거나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는 납ㆍ구리 등 각종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물수건 납품업자들이 기름 때를 제거하기 위해 세척력이 강한 화학약품을 사용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대량으로 물건을 받으면 단가가 싸서 납품을 받아온 것이 관행이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러자 일부 음식점에서는 물수건을 자체적으로 세탁해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물수건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남 지역의 한 식당에서 사용되던 물수건 한 장에서는 무려 47억마리의 세균이 검출돼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고춧가루가 묻어 있거나 사람의 머리카락이 검출된 물수건은 일반적이다. 피부염을 일으키는 물질이 검출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천으로 돼 있는 물수건을 표백하기 위해 넣는 표백제 성분에 피부염을 일으키는 형광증백제가 검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상 물수건에 대한 규정은 13년 전 구법(공중위생법)에서 적용하던 것으로, 현재에 맞게 재정비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국회 때 처리되지 못한 관련 법률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과 동시에 물수건 관련 세부 규격도 보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수건 위생 관련 규격을 재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수건은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위생용품이기 때문에 이용자는 물론 관련 업계에서 물수건의 상태에 따라 분리 수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도제ㆍ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