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설계따라 달라지는 삶의 질
국민연금 수령시기 늦출수록月수령액 최대 2배 이상 차이
건강악화 등 특수상황 아니라면
조기 노령연금 선택은 피해야
국민연금기금 자산이 360조원에 이르며 세계 4번째 규모로 성장했다. 때문에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도 그만큼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그는 수시로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전 이사장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꺼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하는 노후가 두려울까, 아니면 나이 들어 죽는 것이 두려울까’라는 요지의 질문이었다. 그는 “유럽의 유명 금융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준비되지 않은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2배나 더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경제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장수(長壽)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노후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후생활의 기본이 되는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수급 형태별 연금액 2배 이상 차이=국민연금 수급 형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연령대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이다. 이들이 회사에서 정년 퇴직하는 연령은 55세 전후로 조기노령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여건에 놓이게 된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국민연금 수급 형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국민연금의 가장 일반적인 수급 형태는 노령연금이다. 가입 요건에 따라 ▷조기노령연금 ▷감액노령연금 ▷완전노령연금 ▷재직자노령연금 ▷특례노령연금 등으로 나뉜다. 20년 이상 납부해 60세부터 연금을 수급하는 것이 완전노령연금이고, 55세부터 수급이 가능한 것이 조기노령연금이다. 수급 형태에 따라 수급액도 상당히 차이난다.
53년생인 A씨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는 기준소득이 200만원으로 매월 18만원의 보험료를 1992년 1월 1일부터 납부했다. 만약 그가 지난 2008년 1월에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해 연금을 받기 시작했다면, 매월 39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하지만 A씨가 조기노령연금을 택하지 않고 내년 1월부터 완전노령연금을 받게 되면 83세까지 매월 75만원을 받게 되며, 이로부터 3년 연기연금을 신청하게 되면 64세부터 92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55세 이후 경제적인 여유만 있다면, 연금 수급을 늦춰 수급액을 늘리는 방법이 현명하다.
▶건강ㆍ경제 여건에 맞춘 수급 전략=어떤 수급 형태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연금으로 받는 금액이 차이나는 까닭에 여러 요소를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조기노령연금은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건강이 나쁜 상황을 제외하고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허강은 국민연금 급여기획부 차장은 “가입기간을 늘려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허 차장은 또 “국민연금을 20년 완납하느냐 여부에 따라 유족연금의 비율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적인 여건과 건강상태를 감안해 수급 형태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인 상황이나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못할 경우 조기노령연금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급 시점을 늦출수록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더욱 다양해지는 수급 제도=오는 7월부터는 재직자에 한정됐던 연기연금 신청 자격 요건이 일반 노령연금 수급권자로 확대된다. 현행 재직자 노령연금 수급권자의 경우 연금 수급을 1회에 한하여 연기할 수 있으며, 연기한 기간만큼 1년에 6%씩 급여액을 증액해 준다. 연기연금 신청 자격요건 확대와 함께 연금 수급 연기에 따른 가산율도 7.2%로 늘어나 고령 수급자의 소득보장도 강화된다. 이처럼 연기연금을 신청하는 수급자에게 높은 가산율을 적용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적인 추세다. 영국이 연기에 따른 가산율을 최대 10.4%로 적용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12.6%, 미국 8% 등이다.
정부는 베이비부머의 노후보장을 위해 부분연금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는 매월 받는 연금의 50ㆍ60ㆍ70ㆍ80ㆍ90%씩을 1년 단위로 최대 5년까지 받지 않고 연기해 나중에 이자가 합해진 금액을 돌려받게 되는 것으로 노후 소득증대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도제 기자>
/pdj24@heraldcorp.com
국민연금 홍보대사인 이정민(오른쪽) 아나운서가 국민연금의 다양한 수급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노령연금의 경우 수급 형태에 따라 수급액이 상당히 차이나는 만큼 연금 수급 형태를 결정하기 전에 국민연금공단이나 전국 지사를 방문해 노후설계 상담서비스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