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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강월구> 성매매 현장을 둘러보고…
매일 정신·신체적 폭력 학대
우울증·약물중독 등 피해 심각
단속 처벌 불구 불법매매 만연
性은 사고파는 물건 될 수 없어


최근 신변종 성매매가 경기불황과 업소들의 경쟁심화로 더 자극적인 업소로 변질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에 의한 정부의 성매매 단속이 일명 풍선효과로 각종 신변종 업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술문화와 접대문화,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 그리고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성차별과 일자리 부족 등이 더 큰 문제다.

최근 서울 강남역 부근의 오피스텔 성매매 단속현장과 성매매 집결지 현장상담에 직접 참여해 봤다. 경찰서에서 만난 여성은 본인의 수술비를 갚기 위해 성매매를 하게 됐다고 했다. 또 한 여성은 다니던 직장이 너무 힘들어 그만뒀다가 직장을 새로 구하지 못해 성매매를 시작했고 다음날 새로운 직장에 면접을 보러 가야 한다며 계속 눈물을 흘렸다. 집결지에서는 여성들이 세상과는 격리된 채 유리창 안에서 손님을 호객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성매매 현장을 보면 볼수록, 여성들의 생활을 알면 알수록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고 인권유린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매매 여성들은 매일매일 정신적ㆍ신체적 폭력과 학대를 받으며 살아간다. 이 업무를 맡고 난 후 치과치료가 왜 성매매 피해자 지원사업 대상에 들어 있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불규칙한 식사와 영양부족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성관계로 이를 악물게 돼 치아가 무너져 내린다는 사실을 알고 사업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됐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성은 사고파는 물건이 될 수 없다. ‘성’이란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것이어야 한다. 나의 ‘성’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성’도 존중받고 배려받아야 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성매매 여성들은 성희롱, 성폭력, 사회적 낙인 등 여러 가지 피해경험을 갖고 있으며, 폭력적인 환경으로 인해 우울증, 성격장애, 약물중독 등 정신건강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성매매 강요와 고리 사채, 신변 비관 등의 이유로 포항 유흥업소 여성종사자가 지난 1년여 동안 8명이나 자살한 사건이 단적인 예다.

우리나라는 2004년에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해 성매매 근절에 대한 단호한 국가 의지를 천명하였다. 성매매특별법 제정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성매매는 불법이라는 국민의식의 전환과 함께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보호와 지원 서비스를 확충한 것이다. 이 밖에도 성구매자뿐 아니라 성매매를 양산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성매매 알선행위, 즉 장소제공자, 성매매 강요자, 건물주뿐 아니라 성매매 광고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아직도 불법 성매매가 만연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지난 역사를 통해 우리는 성매매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관용이 성매매와 결합된 접대문화, 술자리문화를 당연시하게 됐다. 그 결과 비대해진 성산업은 우리 경제의 불건전성과 부정부패, 그리고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가중시켜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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