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결탁한 기업형 대부조직에 연 3650% 고금리 이자까지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시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업자금으로 이용한 영세상인,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학생, 취업이 늦어지는 청년실업자 등 주로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 사금융의 폐해가 심각하다.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채권추심에 자살을 기도하거나 실제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주점을 운영하는 A(48ㆍ여)씨는 선이자 30만원을 공제한 270만원을 빌렸다.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자는 주점을 찾아와 추가대출을 받아 변제하라며 채무금을 1300만원으로 올리고, 돈을 갚지 않으면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남편이 가게 수익금과 주변 사람들과의 채무상황을 추궁하자 A씨는 사채를 쓴 사실을 남편에게 말할 수 없어 부엌칼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했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자살을 한 아버지의 사연은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택시기사 B(61)씨가 대부업자로부터 돈을 빌린 건 지난해 11월. 아들 결혼비용으로 800만원을 빌렸으나 이를 갚지 못하자 대부업자는 “전화, 받으라구 XX 양반아”라고 문자를 보내는 등 156회에 걸쳐 전화와 문자를 보내 협박했다. 여러 차례 사무실과 집에서 협박성 빚 독촉을 받던 B씨는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괴로워하다가 지난 3월 경기도 안양에서 목숨을 끊었다.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성폭행하는 극악무도한 대부업자도 검거됐다.
학원 원장인 C(39ㆍ여)씨는 연 395% 이율로 운영비용으로 450만원을 빌려썼다.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자 대부업자는 지난해 11월 중순께 경남 거제시 수월동에서 C씨를 강제로 차량에 태운 뒤, “니가 내 돈을 당장 갚든지, 아니면 몸으로 이자를 때워라. 그러지 않으면 니 남편에게 모든 것을 알리겠다.”고 협박해 2차례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에서는 조폭과 결탁한 기업형 대부조직이 적발됐다.
이들 일당은 월수팀, 일수팀, 수금팀으로 각 역할을 부여한 뒤 기업형으로 유령회사 대부업체를 운영해 왔다. 지난 2010년 12월 울산 남구 삼산동 소재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빌려주면서 연 441%의 이자를 받는 등 2009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유흥업소 여종업원, 영세상인 등 281명을 상대로 31억원을 무등록 대부하고,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내가 울산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OO파다. 수금을 못해 가면 선배들로부터 야구방망이로 맞는다”고 협박하며 불법적으로 채권추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금의 수십배에서 수백대에 이르는 고금리를 갈취한 사채업자는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의 한 사채업자는 100만원을 대부하는 대부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선이자와 수수료 명목으로 50만원을 공제한 50만원만 지급했다. 열흘 후에 100만원을 갚지 못하면 다시 이자로 50만원을 받는 등 4년에 걸쳐 피해자 450여명에게 약 4억5000만원 상당을 대부하고, 이자로 약 8억9000만원 상당을 추심해 연 3659%의 고금리 이자를 받아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변에서 전해 듣기만하다 직접 사건들을 담당하면서 서민들을 괴롭히는 사금융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경찰은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사금융 범죄에 대해 수시로 단속을 벌이며 이를 발본색원하는데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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