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박병국 기자]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나라를 위해 몸숨을 바친 숭고한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정부도 여느 해 처럼 유공자에게 훈장을 내리고, 그 자손들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오늘 이 땅에서 누리는 자유는 유공자의 값진 피와 땀의 결실이란 생각이 미치면 유공자와 그들 자손에 대한 국가의 답례는 아무리 많아도 결코 넘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와 국회의 행태를 보면 유공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오직 기념식 행사가 열리는 ‘단상’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광복회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1800여명의 독립유공자 가족 중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2009년 기준 150여명에 달한다. 애국지사독립운동가의 자손이라고 해서 모두 넉넉히 살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빈곤의 원인이 선대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데 있다면 바로잡아야하는 것이 옳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재산을 몰수당했다면, 국가가 나서 빼앗긴 재산을 되찾아줘야한다.
서대문구 광복회 서대문지부에서 만난 독립운동가 홍현주 선생의 손자 의찬(83)씨는 “독립운동가였던 조부가 때로는 원망스럽다” 며 말문을 열었다. 홍씨에 따르면 그의 조부는 대한광복회 등의 비밀결사체 일원으로 활동하다 광복 6개월 전 숨졌다. 그의 아버지도 자금 운반책으로 활동하다 사망했다. 이후 홍씨는 급격히 기울어진 집안의 가장이 돼 어머니 태중의 동생을 포함, 4명의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버스기사였던 그가 조부 소유 임야가 일제에 몰수 됐다는 걸 안건 40년 전이다. 하지만 등기이전 시효가 지나 소유권을 주장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홍씨는 이후 국회에 할아버지의 재산을 반환해달라는 탄원서를 넣는 등 지리한 싸움을 시작했다. 결국 17, 18대 국회 때 친일파 재산을 환수해 국가유공자에게 일부 돌려주자는 내용의 법안이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문을 연 19대 국회에 새로 등원한 의원들이 하나같이 외진 곳을 살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19대 국회가독립유공자 자손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