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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생산·소비…실물지표 동반하락…한국경제 ‘불황형 흑자’ 고착화 우려
리먼사태 이후 2009년 흐름과 비슷
가계부채 부담 민간소비여력 바닥권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수정 불가피



유럽발 쇼크에다 중국, 미국 등 주요국의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도 ‘불황의 장기화’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상저하고(上低下高)’는 물 건너갔고, ‘상저하저(上低下低)’ 흐름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수출은 물론이고 생산, 소비, 설비투자 등 실물경기지표 어느 것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우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보면 ‘불황형 흑자’가 고착화하는 분위기다.

5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한 472억달러, 수입은 1.2% 줄어든 448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는 달성했지만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 생긴 흑자다. ‘IMF 외환위기’ 직후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던 1998년과 리먼 사태 이후 대규모 흑자를 달성했던 2009년의 경기 흐름과 비슷한 상황이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다 보니 주요 생산활동 지표가 개선될 리 없다. 지난달 발표된 ‘4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농림어업을 제외한 전체 산업생산 활동을 보여주는 전(全)산업생산이 전월에 비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3월 생산지표는 올 들어 최악이었는데, 반등의 조짐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대외 악재로 수출이 안 좋다 보니 정부는 민간 소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신기루’일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부담으로 민간의 소비여력은 바닥난 상태이고,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인한 주가급락,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소비 개선을 기대할 지표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기예측 기관들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내리고 있다. 올해 3.7% 목표치를 제시해 둔 정부 역시 이달 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민간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당장 급한 불은 흔들리는 금융시장을 잡는 것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밝힌 ‘5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월보다 59억7000만달러 감소한 3108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이다.

한은은 유로존 위기로 유로화 등이 약세를 보이면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지만, 치솟는 원화 환율(원화 약세)을 잡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달러화 매도 개입’을 전방위로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그리스ㆍ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로존 위기 재연 조짐이 나타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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