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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1등급 사과 생산지는 강원도?
온난화 지속되면 30년뒤엔 강원도에서만 재배 가능…한반도 주변 수온 상승탓 술안주 노가리 대신 옥돔 오를 듯
# 아들: “엄마가 가르쳐주신 대로 시험문제 풀었다가 틀렸어요. 사과 특산지가 대구가 아니라잖아요.” 엄마: “내가 배울 때는 분명 사과 하면 대구였는데…미안해.”

# 아내: “여보…이번 추석 차례상엔 사과 대신 애플망고를 올려야 할 것 같아요. 사과 값이 금값이 돼 버렸네요.” 남편: “예전엔 추석 때면 알 굵은 햇사과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어쩔 수 없지 뭐.”

기후 변화에 따른 미래의 가상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면 이쯤 될 수 있을까. 국제연합(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 평균온도가 지난 100년간 0.74도 상승했다. 한반도 역시 이 같은 기후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0.74도 상승했지만 한반도는 이보다 두 배나 높은 1.5도 상승한 것.

기상청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070년이 되면 고산지대를 제외한 한반도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에 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지 면적으로 따지면 오는 2020년이면 우리나라 전국 경지 면적의 17%가 아열대 기후지역이 된다.

이렇게 되면 대구 하면 ‘사과’, 울릉도는 ‘오징어’, 제주 ‘감귤’, 보성 ‘녹차’ 등 각 지역의 대표 특산물은 역사 속 기록으로 남게 된다. 지역 대표 특산물이 북으로 북으로 바통터치를 하며 자리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 때문에 미인 많다던 대구, 이젠 옛말?= 100% 오렌지 과즙음료, 바나나가 귀하게 여겨졌던 시절, 열대성 과일은 부유한 집안에서나 즐길 수 있는 후식거리로 대우받았다.

하지만 요즘 바나나, 오렌지는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큼 흔한 과일이 됐다. 바나나, 오렌지 외에도 구아바, 아보카도, 망고, 용과, 파파야 등 열대ㆍ아열대작물의 재배 북방한계선이 제주를 비롯한 한반도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열대ㆍ아열대 작물 면적은 54.5㏊이다. 감귤의 대표 경작지로 유명했던 제주지만, 그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이미 감귤의 재배는 기온상승으로 제주남부에서 제주북부 그리고 한반도 남해안과 도서지방까지 확산되고, 전남ㆍ경남 지역의 평야까지 확대됐다.

사과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30년간 대구 지역의 사과 재배면적은 623㏊에서 157㏊로 75%나 줄었다. 반면 대구보다 북쪽에 있는 경북 청송군은 같은 기간에 사과 재배면적이 802㏊에서 2479㏊로 210% 급증했다. 1980년대 사과 하면 누구나 대구를 떠올렸지만 이제 사과의 최적 재배지는 충남 예산을 거쳐, 경기 북부 포천으로까지 북상했다.

20년 뒤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2도 가까이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이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2040년께 1등급 사과는 강원도에서만 생산된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문두경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연구사는 “온난화가 지속됐을 때를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해봤을 때 1등급 사과의 생산지가 북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고랭지 채소, 과일 등의 가격이 급등할 개연성이 크다. 사과가 금값이 되고, 추석 차례상에 사과 대신 열대과일을 올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50년 열대야 발생일수는 연간 30일에 달한다. 한마디로 1년 12달 중 한 달을 찜통더위 속에서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아열대 과일이 앞장서 불면의 밤을 달래줄 날이 머지않았다.


▶술안주, 노가리 대신 옥돔 먹는 날 오나= 회사원 박모(33) 씨는 종종 친구들과 함께 을지로 인근의 술집에 들러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푼다. 단돈 천원에 제공되는 노가리를 쫙쫙 찢어 고추장에 ‘쿡’ 찍어 먹으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술 안주로 그만이다.

술 마신 다음날 박 씨의 점심메뉴는 해장용 생태탕이나 북어국이다. 얼리지 않은 생태, 말려서 먹는 코다리ㆍ북어, 얼린 동태, 명태 새끼 노가리까지. 명태는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며 애주가들의 옆을 지키는 존재다.

그런데 술 친구 명태가 애주가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40년간(1968∼2008년) 분석한 해양관측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해역 표층 수온은 연평균 0.03도 상승해 40년간 1.31도 높아졌다. 그중 남해안은 1.28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80년 10만t에서 최근 1t으로 어획량이 급감했다. 한류성 어류인 명태가 동해안을 따라 러시아 인근해로 북상한 것. 때문에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명태에 대한 국내 연간 수요량 30만t 중 대부분을 러시아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에 반해 난류성 어종은 증가 추세다. 고등어의 경우 연근해 어획량은 최근 30년간 6만2000t에서 11만7000t으로 늘었다. 난류성 제주 옥돔은 거제도 앞바다에서, 자리돔은 동해에서도 잡히고 있는 실정이다.

박정호 동해수산연구소 박사는 “남획 등의 이유도 있지만, 명태가 산란을 해도 수온 상승 때문에 새끼의 서식환경으로 적합치 않아 노가리까지 자취를 감춘 것”이라며 “대신 제주 자리돔이 요즘엔 울릉도나 독도 인근해에서도 잡히고 있어 다시 제주도로 팔 정도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자리돔이나 옥돔이 노가리를 대신해 술상 안주에 쉽게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박 박사는 “수온 상승은 오호츠크해 및 북태평양 전반에서 나타나는 전 지구적 현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원래대로 자원회복을 한다는 게 사실상 어렵다”면서 “변화하고 있는 수산자원의 연구와 대책 강구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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