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 놓치면 105년 뒤에야 관측 가능
우리나라 하늘에선 일식 전과정 볼 수 있어
맨눈ㆍ선글라스는 금물…CD+셀로판지 ‘OK’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오는 6일, 현충일에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전몰 장병을 기리는 것 외에 하늘을 바라볼 이유가 하나더 생겼다. 금성이 태양을 통과하면서 일부분을 가리는 금성일식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2004년 6월 8일에 이어 8년 만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105년 뒤인 2117년 12월 11일에나 이를 볼 수 있어, 사실상 일생에서 마지막 기회다.
▶6일 오전 7시9분부터 오후 1시49분까지 ‘금성 품은 해’=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은 금성의 태양면 통과 현상이 6일 오전 7시9분38초부터 오후 1시49분35초까지 일어난다고 5일 밝혔다.
천문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금성일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측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우리나라 외에는 인도네시아 일부와 중국 동부, 러시아 일부, 일본, 미국 알래스카 정도가 전 과정 관측이 가능하다. 2004년엔 우리나라 전역에 비가 내리거나 흐려 금성일식을 볼 수 없었다.
금성일식은 8년-105.5년-8년-121.5년 주기로 일어난다. 243년에 4번 발생하는 꼴이다. 금성의 태양 통과는 달이 태양 앞을 통과하는 일식(日蝕ㆍsolar eclipse)처럼 금성이 태양 앞쪽을 지나는 것이다. 그러나 천문학계에서는 일식 대신 ‘통과’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태양-금성-지구가 일렬로 늘어서야 금성일식이 일어나는데 금성의 궤도가 지구 궤도 평면보다 3.4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그 주기가 크게 다르다. 따라서 지구-금성-태양이 같은 방향에 있을 때마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금성은 태양계 행성 중 지구와 크기(지구의 95%)가 가장 비슷하다. 하지만 태양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 그래서 금성이 태양 표면을 지나가는 장면은 몇 시간에 걸쳐 작은 점이 태양 표면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금성일식 때는 태양 면의 약 11시 방향으로 금성이 들어갔다가 약 2시10분 방향으로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맨 눈ㆍ선글라스 금물…CD에 셀로판지 붙여 볼 수 있어= 기상청에 따르면 6일은 전국에 걸쳐 구름이 약간 끼는 맑은 날씨가 예보돼 금성일식 관측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애 마지막이라고, 무작정 봐서는 안 된다. 특히 일식이므로 육안 관찰은 절대 금물이다. 선글라스도 안 된다. 태양빛을 줄여주는 태양필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태양필터는 천체망원경 판매점 등이 아니면 구하기 쉽지 않지만, 6일 금성일식 관측 행사장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CD(콤팩트디스크)를 이용해도 된다. 반투명인 CD 위에 문방구에서 파는 셀로판지를 4~5장 붙이면 된다. 그러나 해상도가 낮을 수 있다. 용접용 헬멧에 쓰이는 차광유리도 좋다. 철물점에서 몇천원을 주면 구할 수 있다. 집에 있는 망원경ㆍ단망경은 태양필터 없이 사용하면 망막을 상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렌즈가 빛을 모으는 돋보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태양 관측용 천체망원경은 정밀하지만 배율이 커 태양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알루미늄 포일(은박지)에 바늘로 구멍을 뚫어 뒤쪽 백지에 초점을 맞춰 태양과 금성의 이미지를 관측해도 된다. 바늘구멍사진기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구멍이 작을수록 상이 선명하게 잡힌다.
천문연의 국립과천과학관(경기 과천시ㆍ오전 9시30분~오후 2시), 경기도교육청의 경기도과학교육원 본원(경기 수원시)과 별관(경기 의정부시ㆍ이상 오전 9시30분~오후 12시30분) 등 전국 곳곳에서 금성일식 관측 행사가 열리므로 참여해서 관측해도 된다. 천문연 사이트(www.kasi.re.kr)에서 이번 일식의 고해상도 사진을 볼 수도 있다.
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