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A씨는 지난해 1월 한 여행사를 통해 200만여원을 내고 이집트 패키지 여행 상품을 구입했다. ‘자스민 혁명’이 한창이라 고민했지만 “여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여행사 측의 말을 믿었다. 29일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공항을 떠난 A씨는, 다음날 이집트 룩소 공항에 도착했지만 현지 당국으로부터 “입국을 승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국 불안이 이유였다. 이집트 내 시위가 점차 격렬해져 29일에만 100여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터였다. 같은 시기 이집트 여행을 계획했던 다른 여행사 역시 두바이 공항에서 여행 중단을 결정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두바이에서 하루 머물며 쇼핑만 하다 돌아온 A씨는 귀국 후 여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7단독(엄기표 판사)은 이집트 반정부 시위로 인해 입국을 거절당한 A씨 등 여행객 21명이 여행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여행사에 지불한 여행 비용 전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여행 전 여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강행했다”며 “입국 거절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이라 책임이 없다”는 여행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지난 5월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3단독(이종민 판사)은 두바이 공항에서 여행 중단을 결정했던 다른 여행사에게 여행객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여행 비용의 70%를 배상하도록 화해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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