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지난 6일 새벽 3시께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인근 철길. 직장인 A(42) 씨는 이곳을 지나다가 중국인 10여명이 다툼을 벌이는 것을 목격했다. 이들은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있었다. A 씨는 잠깐 옆에 서있다가 중국인 유학생 B(24) 씨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자신을 쳐다봤다는 이유였다. A 씨가 항변하자 중국인 10여명이 A 씨 주위를 둘러쌌다. 잠시 뒤 경찰관 2명이 왔지만 B 씨 일행은 술에 취해 경찰관에 거칠게 반항했다. 제압이 안되자 경찰관 6명이 더 출동했다. 이들은 인근 파출소로 연행됐다. 그러나 B 씨의 거친 행동은 끝나지 않았다. 수갑을 채우자 손목에 상처가 생긴다고 난리를 피웠다.
B 씨 일행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말이 능숙한 B 씨는 “형님 좋게 좋게 끝냅시다. 형님 원하는 게 뭡니까”라고 말하며 미안해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날 새벽 5시에는 동대문 경찰서로 이송돼 변호사를 부른다고 소리지르기도 했다.
한국인 못지않게 외국인 주취자가 난동부리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서울 영등포에 사는 대학생 C(21) 씨는 “최근 지하철 안에서 술에 취해 떠들고 난리를 피운 20대 초반 일본인 5명을 봤다”면서 “너무 화가 났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 이들을 말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상습적으로 주취 소란을 벌이는 외국인 주폭(酒暴)도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D대학 기숙사 옆 노천광장에는 술을 먹고 난동을 부리는 외국인 유학생들 때문에 학생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대학에 다니는 E(20) 군은 “외국인 학생들이 매일 밤 늦게까지 노천광장에서 술을 마신 뒤 밤새도록 떠들고 논다”면서 “이들 때문에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화양동 건국대 인근에 사는 회사원 F(28) 씨도 “집 주변에서 외국인들이 술을 마시며 고성을 지르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솔직히 무서울 때가 많다”고 전했다.
대학교 인근의 이 같은 외국인 주폭은 주로 유학생인 것으로 파악된다.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은 현재 1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숫자를 오는 2020년까지 20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외국인 주폭에 대한 대책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주폭은 상습적으로 술을 먹고 물적ㆍ재산적 업무의 피해를 주는 것을 말한다”며 “아직까지 외국인 주폭이 검거된 사례는 없지만 외국인도 이에 해당할 시 강하게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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