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영역 놓고 교사간 불화
학교폭력 예방 효과도 전무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복수담임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 A중학교. 이 학교에서 최근 왕따문제가 불거졌다. 담임교사가 2명이나 배치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이 문제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원인은 기간제 교사인 부담임과 정담임 교사의 갈등 때문. 정담임 교사가 ‘내가 요청할 때만 담임 업무를 하라’고 했고, 기간제 교사는 그동안 담임업무를 거의 수행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왕따문제가 불거진 이후에야 알게 됐다.
정부가 학교폭력대책으로 지난 2월 내놓은 복수담임제도가 시행된 지 석 달 여가 지났지만 학교 현장에 정착하지 못한 채 되레 교사 간 갈등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만 키우고 있다. 교과부는 각종 공모전을 통해 일선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우수사례를 찾고 있지만 현장에선 교사들의 규탄이 이어지는 등 교육당국과 학교 현장 간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 강당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교원모니터단 1차 정책토론회’에서는 복수담임제에 대한 교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서울 B중학교에서 2학년 부담임을 맡고 있는 한 부장 교사는 “똑같이 담임수당을 받으면서 복수담임 간 업무량의 차이 때문에 마찰이 심하다”며 “교사 간 교육관이 다를 경우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적으로 복수담임제를 시행하고 있는 초ㆍ고교의 경우 일명 ‘낙인찍기’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었다. 서울 C초등학교 부장 교사는 “복수담임이 지정된 반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지정됐다는 생각 때문에 담임교사의 의욕이 저하된다. 학부모는 ‘문제아 반이냐’며 난색을 표한다”고 토로했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 없이 제도를 시행한 교과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복수담임제 시행 전 교과부 모니터링단 회의에 참석했었다는 한 교사는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결국 지난 3월 학기부터 시행이 되면서 문제가 커졌다”고 말했다.
<박영훈ㆍ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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