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회삿돈 90억여원을 횡령하고, 같은 회사 대표 주거지와 사무실에 도청장치와 해킹프로그램을 설치했다는 의혹을 받다 잠적했던 ‘벤처 1세대’ 서승모(53) 전 씨앤에스테크놀로지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가 또 기각됐다. 검찰은 이에 강하게 반발, 정식으로 영장기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병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하여 죄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 등 소명이 부족하고, 특별히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사전구속영장 재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윤희식)는 서 전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서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기 직전 문구점에서 파는 약속어음 용지에 회사 인감도장을 찍어 발행한 어음으로 채권자 20여명에게 90억 3500만원 상당의 가짜어음을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전 대표는 또 지난해 말 같은 회사 대표 김동진(62) 회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 도청장치와 해킹프로그램을 설치해 회사 정보를 외부로 빼내려 한 의혹도 받고 있다.

서 전 대표는 지난 1993년 씨앤에스테크놀로지를 설립하고 IT벤처기업연합회장을 지낸 바 있다.

잇단 구속영장 기각에 검찰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검찰은 “서 전 대표는 대포폰 4대를 동원해 찜질방, 모텔 등을 전전하며 20여일 가까이 도피행각을 벌였다”며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 발부사유에는 주거지 불명, 도주우려, 증거인멸 우려(혐의 부인)등이 있는데 서 전 대표는 이 모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은 ‘변호인과 지인들이 출석을 보장한다’며 영장 발부를 기각했는데 피의자의 출석을 보장안하는 변호인이 어디있나”며 “그런 식이면 변호사가 선임된 모든 사건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정식으로 영장 기각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매매거래가 정지된 씨앤에스테크놀로지가 상장폐지될 경우 소액주주들이 입게 될 피해규모는 8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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