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의약품 재분류안 논란 확산
여드름 치료제도 전문의약품사전·사후피임약 찬반 혼란가중
“소비자 참여 의무화” 지적도
#차 멀미가 심한 아들을 위해 가끔 멀미약을 사러 약국을 찾는 주부 기모(42) 씨.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됐던 어린이용 멀미약은 약국에서 바로 구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병원 처방전을 받아야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게 된다는 말에 앞으로 번거로울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직장 8년차이자 결혼 2년차인 박모(33)씨는 자신의 재능을 살리면서 아직 일을 더 하고 싶다. 그러나 시댁에서는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갖길 원한다. 그래도 박씨는 피임약을 복용하며 임신을 늦추고 있다. 그런데 이제 피임약을 약국에서 구입하는 것이 복잡해진다는 뉴스를 접하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 7일 식약청은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했다.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분류를 뼈대로 하는 재분류안에 따르면 부작용 관리를 위해 의사의 지시가 필요한 어린이용 멀미약과 사전피임약, 피로회복제로 알려진 캡슐 제품 등은 전문의약품으로, 위장치료제, 사후피임약, 무좀 치료제 등은 국내외 충분한 사용 경험이 축적됐다는 이유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됐다.
귀 밑에 붙이는 멀미약이나 평소 쉽게 구입해 먹던 여드름 치료제까지 국민 의지와 상관 없이 의사의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 구입해야 한다.
국민들의 불편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뻔하지만, 식약청은 귀를 닫고, 눈을 감은 상황이다.
특히 이번 재분류안에서는 사전ㆍ사후피임약도 논란의 핵심에 있다.
식약청은 사후피임약을 통상 1회 복용하며, 여러 시험이나 연구결과에서 혈전증 등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했다.
사후피임약 때문에 약품 오ㆍ남용은 물론 청소년 등의 성문화가 문란해 질 것이라고 종교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여성 인권단체들은 왜 사전피임약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됐는지 반발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40여 년간 별다른 제재 없이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던 사전피임약을 이제 와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약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이번 재분류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점도 지적된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의약품 분류는 환자 중심으로, 소비자 참여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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