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위기 악화땐 인하 무게”
가계빚 증가 우려 아직 신중모드
기준금리 인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로존 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주요 배경이다. 그러나 금리의 경기 부양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가계 부채 증가와 민간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한국은행은 아직 신중한 분위기다.
하반기에도 한국 경제가 상승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통화 당국이 하반기 중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주요 생산활동지표가 부진한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을 내수가 메워줄지도 의문이다. 한은은 “내수 부문에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문제는 유로존 위기의 강도이다. 이한 신한FSB연구소 차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금리 정상화(인상) 이슈가 쏙 들어갔다”면서 “세계 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는 한 한은이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유로존 위기가 더 악화되면 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도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BoA메릴린치는 “한국이 대외 위험 요인으로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 대비해 기존 통화 정책 기조를 완화할 것”이라고 했고,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나 한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 심리 회복을 위해 7월이나 8월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부담은 약화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상승하면서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한은은 유로존 위기 상황을 지켜보면서 경기 둔화 수준과 속도를 살핀다는 방침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8일 6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자, 인하하자’ 이런 논의는 없었지만 경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검토했다”고 말했다. 금리 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14일 국제 콘퍼런스의 개회사에서는 “위기를 맞아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신속히 낮춘 것뿐만 아니라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비전통적 정책 수단도 동원하는 적극적 역할이 필요했지만, 그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특히 과도한 유동성 공급의 부작용으로 민간부문의 도덕적 해이를 꼽으면서, 앞으로 통화 정책은 금융 안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 통화 당국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조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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