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소프트웨어 한국화 성공
2006년이후 글로벌 시장점유율 20%
세계 최고층 두바이 부르즈칼리파서
베이징 스타디움등 시뮬레이션 명성
자동차등 기계설비분야로 영역확대
현대·기아차도 고객사로 합류
조선·항공우주 SW도 집중육성
창사 이래 11년 동안 총매출 약 34배 성장, 안철수연구소보다 높은 영업이익률, 전체 직원 중 석ㆍ박사 비중 53%. 대한민국 소프트웨어(SW) 기업의 대표주자 마이다스아이티에 대한 설명이다.
좀 더 들여다 보면 초봉 연 4000만원에 사내 호텔급 식당입주, 직원용 최신 피트니스센터,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자녀 교육비 전액 지원. 말이 중견기업이지 웬만한 대기업을 능가하는 복리후생이다. 실리콘밸리의 세계적인 IT기업 ‘구글’이 연상된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마이다스아이티의 겉모습이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이뤄낸 고성장의 비밀은 다소 어려운 주제지만 ‘첨단기술+인본주의+심리학’에 있다. 괴짜 최고경영자(CEO)의 전형으로 통하는 이형우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이다.
헤럴드경제가 지식경제부와 공동기획한 ‘중견기업이 미래다’ 시리즈 제3편으로 마이다스아이티를 소개한다.
2008 베이징올림픽의 주경기장인 베이징스타디움의 시뮬레이션 화면. 마이다스아이티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것이다. |
▶사내벤처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마이다스아이티는 지난 2000년 9월 포스코건설에서 분사한 회사다. 10년여의 사내벤처 기간을 거쳐 당시 7명의 포스코건설 직원들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회사다.
건축물과 기계장치 제작 과정에서 본설계에 들어가기 전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공학용 SW를 제작하는 업체다. 현재 메인 사업인 건축 엔지니어링 AEC(Architecture Engineering & Construction) 부문의 컴퓨터지원공학(CAEㆍComputer Aided Engineering) 분야는 오토데스크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2006년 이후부터 세계시장 점유율 약 20%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칼리파(Burj Khalifa)부터, 세계 최장 대교인 중국 수퉁(Sutong)대교, 2008 베이징올림픽의 상징물인 베이징스타디움, 2010 상하이 엑스포 전시관까지 모두 마이다스아이티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의 침체에도 마이다스아이티는 끄떡 없이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한 해도 적자를 내 본 적이 없다.
회사의 시발점은 미약했다. 1989년 당시 포스코건설에서 근무하던 이 대표는 국산 공학용 SW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껴 직접 1년 동안 공을 들여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것이 회사의 근간이 된 프로그램 마이다스(Midas)다.
마이다스가 포스코건설로부터 사내 프로그램으로 인증을 받고 이후 아예 SW 제작 전문 사내벤처로 조직이 구성됐다. 하지만 인력 충원 등에서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 이 대표를 필두로 독립 회사로 나선 것이다.
지난해 마이다스아이티의 성적표는 매출 505억원(글로벌 매출 695억원), 영업이익 102억원에 달한다. 각각 전년보다 22.9%, 34.1%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988억원 매출에 1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안랩’에 비해 외형(매출)은 작아도 수익성(영업이익률)은 앞서 알짜 회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아직도 배고픈 SW 세종대왕= 이미 건설엔지니어링 부문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 들 국가를 불문하고 세계 100대 엔지니어링회사 중 절반 이상이 마이다스아이티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마이다스아이티가 시작한 기계설비 쪽은 이제 막 궤도에 오르는 중이다. 자동차나 핸드폰 등 소비재를 만들 때 미리 내구성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현대ㆍ기아자동차도 고객사로 합류했다. 자동차 설계 과정에서 차체강성과 피로수명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마이다스아이티는 조선과 항공우주 분야 시뮬레이션 SW도 주력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업계에서 마이다스아이티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비결은 해외 제품밖에 없는 공학 소프트웨어 업계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형우 대표이사가 해당 분야의 ‘세종대왕’으로 통하는 이유다.
이 대표는 “외국제품들만 있을 때는 설계 작업에 소수의 기술자들만 참여했지만 우리 소프트웨어가 나온 이후 훨씬 많은 이들이 직접 참여가 가능해졌다”며 “우린 바닷물 아래 잠긴 빙산이 물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SW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제품밖에 없던 공학용 소프트웨어 업계에 ‘우리글’을 내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화시켰다는 점을 업계에서 한글 창제에 빗대 ‘세종대왕’이라 표현한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류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계 설비 분야에서 독일 지멘스 등 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면서 지난해에는 정부가 세계적 수준의 전문 중견기업 육성을 목표로 선정한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No 채찍, 당근만 있는 기업= IT SW 중소ㆍ중견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은 구성원들의 높은 이직률이다. 업계 평균이 20%를 상회해 다른 산업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마이다스아이티의 경우 10% 수준이다. 그마저도 새로 시작한 e-비즈니스 부문의 업계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엔지니어링 부문은 5%대의 이직률이고 SW개발 부문은 1%에 머문다.
이런 것이 가능한 데는 마이다스아이티의 인본주의 철학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회사 내부 벽면에는 구스타브 클림트의 ‘키스’를 비롯한 수많은 명화들이 걸려있다. 간단한 아이디어로 딱딱한 회사 분위기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자유로운 복장의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샤워를 하기도 하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즐기기도 한다.
주택자금대출지원부터 해외유학ㆍ여행 기회도 제공하고 자기계발비, 건강증진비까지 각종 수당도 다양하다. 심지어 거의 전 영업직원이 법인카드를 소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율적으로 보다 책임감 있는 업무태도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이다스아이티의 기본가치다.
이 대표는 “SW회사는 사람이 자산”이라며 “지식산업은 제조업과는 달리 채찍이 없이 운영되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무한대의 자율성을 주고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경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