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ㆍ윤정식 기자]정부의 경기 흐름 예측이 빗나갔다. 하반기부터는 경기회복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대외 여건이 시간이 갈수록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진화되지 않고, 미국 중국 등 주요국 경기는 빠르게 추락 중이다. 28일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나 낮춰 잡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같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엔 재정 건전성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국가채무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8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 확대 방법을 찾아낸 것은 어찌 보면 고육책이다.
▶기금 증액하고, 예산 집행률 높이고=정부는 우선 하반기 기금운용계획을 수정해 2조3000억원을 확보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경제 활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기금운용 계획 변경으로 총지출 규모는 늘어나지만 기금별로 여유자금을 활용하기 때문에 국가채무는 증가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주택구입ㆍ전세자금 융자사업 지원 규모를 1조2300억원 늘렸다. 양파, 콩, 팥 등 농작물 수급안정을 위해 622억원을 추가 투입해 비축물량을 확대한다. 배추 계약 재배 자금(370억원)도 추가 지원된다. 또 중소기업 창업자금을 1600억원 늘리고, 관광숙박시설 융자도 325억원 확대한다.
공공기관 투자는 1조7000억원 늘어난다. 예산집행률을 예년 95.1%에서 96.7%로 높여 이월ㆍ불용액에서 4조5000억원을 확보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부진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조성하고 정부가 이들 기관에 출자해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가 조성된다. 건설경기를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2조원 규모의 은행권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채권 추가 매입도 추진된다.
▶한국은행 발권력도 동원=한국은행도 나선다. 한은이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은행에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 돈은 저신용ㆍ저소득층에 대한 은행권의 금융지원에 쓰인다. 금리우대 보금자리론(우대형 ⅱ)의 금리는 연 4.4%에서 4.2%로 낮아진다.
올해 말로 끝나는 1주택자와 일시적 2주택자의 취득세 감면은 연장된다. 월세 등 임대료의 소득공제율(현행 40%)은 더 높아진다. 베이비부머ㆍ자영업자 지원안도 눈에 띈다. 65세 이상 되면 상실되는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65세 이상이 되더라도 65세 이전 고용시 자격이 유지된다. 공공기관 채용 규모는 기존 1만3800명에서 1만5300명으로 늘어나고 고졸 채용도 2만20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확대된다.
▶금융시장 집중 모니터링= 지금까지 상시점검체제로 돼 있던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은 ‘집중모니터링’ 체제로 바뀐다. 매월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경제상황 점검회의가 신설되고, 기존에 차관 주재로 열리던 자금시장점검회의도 장관 주재로 격상된다.
금융시스템의 안전망도 구축된다. 시장안정용 펀드 조성 등을 통한 국채시장 안정화 방안도 강구되고, 외화예금확충을 위한 제도개선도 새롭게 마련된다. 외화예금 유치 우수은행에는 외환건전성부담금이 경감되고 비거주자의 장기 외화정기예금에 대해서도 이자소득세가 면제된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인구 등 국가 기본 구조변화에 대비한 미래대응 인프라사업에도 기틀을 놓는다. 퇴직연금 세제개편과 주택연금 가입요건 완화ㆍ세제혜택 일몰 연장이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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