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쇠고기 수출국에서 소해면상뇌증(BSEㆍ일명 광우병)이 추가 발생하는 즉시 국내 수입을 중단토록 한 법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치권의 격론이 예상된다.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국내외 법과의 상충, 행정부 권한 침해 가능성을 들어 반발하고 있고, 일부 여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17일 국회와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통합민주당 간사인 김영록 의원이 국회의원 126명의 찬성을 얻어 발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오는 27일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쇠고기 수출국에서 BSE가 추가로 발생하면 쇠고기나 쇠고기 제품을 즉시 수입중단하고 공동 검역단을 구성해 BSE 발생 국가에 파견, 현지 조사를 진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2008년 6월 BSE 발생 시 즉각적인 수입 중단 조치를 약속했던 정부가 지난 4월 미국의 4번째 BSE 발생에도 수입중단 조처를 하지 않아 개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과학적 근거나 국제기준에 따른 판단 없이 무조건 수입을 제한하면 행정부의 정책적 판단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국제법인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 검역ㆍ검사(SPS) 협정과 상충한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위험이 없는데 즉시 수입을 중단토록 한 것은 통상 마찰의 소지가 크고 분쟁 제소 때 패소할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측은 “BSE 발생 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구체화한 것이기 때문에 행정부 권한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며 “미국이 WTO에 가장 많이 제소된 국가임을 고려하면 WTO 패소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공동검역단을 구성토록 한 조항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법률로 수출국 현지조사를 하도록 규정한 것은 수출국의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데다 수출국 동의 없이는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도 BSE 발생 때 하는 현지조사 결과를 전문가와 생산자ㆍ소비자 단체로 구성된 중앙가축방역협의회에 보고해 의견을 받고서 그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게 돼 있어 별도 규정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법안은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돼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WTO에 어긋날 수 있는 즉각적인 수입 중단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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