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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 무기력증 … ‘D의 공포’ 엄습?
소비자물가 상승률 12년2개월만에 최저
농산물 가격안정·유가하락 영향
가계부채는 1000조 돌파 눈앞
일본식 L자형장기불황 조짐 우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0년 5월(1.1%) 이후 12년2개월 만에 최저치인 1.5%를 기록하면서 ‘D(Deflationㆍ일반적 물가수준의 하락에 따른 경기무기력 현상)의 공포’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4%대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들어 3월부터 넉 달 동안 2%대를 이어가더니 마침내 1%대로 주저앉는 등 장기 저물가 곡선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장마 피해가 크지 않아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국제 유가가 내려가면서 공급 측 불안요인이 해소됐고, 수요 측면에서는 경기 불확실성으로 경제 주체들이 소비를 미룬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소리 없이 무서운’ 디플레이션=일반적으로 물가가 내려가면 무조건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쉽지만, 이 같은 상황이 장기 지속될 경우 보이지 않게 경기 무기력증을 일으켜 경제활력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 신호가 뚜렷한 인플레이션(inflationㆍ이상 물가상승 현상)보다 오히려 경제에 미치는 타격면에서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면 기업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ㆍ생산을 줄이게 되고, 그 여파로 근로자 임금 수준이 낮아져 가계 소득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소비 감소→재고 증가→생산 축소 등의 악순환으로 연결돼 성장과 물가 동반 침체를 일으키는 것이다.

▶‘일본式 경제구조’ 답습하나=우리나라는 그동안 디플레이션 상황을 겪어본 적은 없다. 경제구조 특성상 경제위기마다 환율이 먼저 급등해 수입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디플레이션 우려가 활발히 제기됐고, 올 들어선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올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20년간 장기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일본의 경제구조 (L자형 장기 저성장)를 뒤따라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에도 항상 무게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늪 속의 악어’ 가계부채=디플레이션이 우리나라에서 특히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심각한 가계부채 상황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가계부채 10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부동산을 담보로 집을 빌린 액수다. 주택 대출자 77%가 이자만 내고 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으로 물가 하락 시 자산가치 하락을 추가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젠 집을 팔아도 부채 해소가 어려워진 가계로선 파산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투자ㆍ소비 여력을 높여주는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도 기업 투자 촉진의 일환이다. 하지만 생산ㆍ소비구조 및 일자리ㆍ주택가격 등 근본부문에 대한 대책 없이는 단기적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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