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야권연대 파기안건을 공식 논의키로 한 것은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가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진당이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고, ‘종북’ 이미지가 강한 통진당과 함께 대선을 치를 경우 긍정적 요인보다는 부정적 요인이 크다는 당과 여론의 풍향이 결심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물론 당이 아직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치진 않았지만 최고위원 다수가 야권연대 폐기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상태여서 통진당과의 야권연대 폐기 안건이 의결되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것이 당 안팎의 공통된 관측이다.
또 당의 공식 대선 후보가 정해지기 이전에 야권연대를 폐기, 당의 대선 후보가 본선에 오르기 전 ‘손에 피를 묻히는’ 부담을 덜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후보 대신 당이 ‘악역’을 뒤집어 쓰는 것이 대선 본선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당이 야권연대 폐기를 선언하고, 후보는 이를 수용하는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야권연대 폐기에 따를 수 있는 충격을 덜겠다는 전략이다.
당 밖에 있는 ‘안철수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 입장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경쟁하기 위해선 안철수 교수의 입당이나 지지선언, 연대가 반드시 필요한데 기존 야권연대를 유지한 상태에선 이를 기대키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진당과 손잡고 있는 민주당에 안 교수가 입당이나 연대, 지지를 선언할 수 있겠냐”며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지혜와 빠른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통진당에서 갈려나와 새롭게 만들어질 진보정당과의 연대를 위해서라도 기존의 야권연대의 정리는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통합진보당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도 야권연대 폐기를 공식 논의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8월 6~7일 조사에 따르면 통진당 지지율은 2.8%다. 지난 총선에서 10.3%의 당 지지율을 기록했던것과 비교하면 지지율이 4분의 1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최대 우군인 민주노총도 통진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집단 탈당은 더이상 기사거리가 되지 못할만큼 당은 ‘바닥’에 처해있다.
말하자면 통진당이 처해있는 안팎의 상황에 비춰봤을 때 민주당 입장에서 통진당은 매력이 떨어진 ‘배우자 감’이 된 것이다. 여기에 종북 논란의 핵심에 섰던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이 ‘절대 사퇴 불가’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더이상 끌고 갈 동력도 없어진 상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지난 24일 통진당 지지 철회를 선언한 민노총을 방문하며 ‘민노총 구애’에 나섰다. 정권교체와 대선 승리를 위해 구당권파가 장악한 통진당과는 선긋기를, 우군으로 삼을 수 있는 민노총에는 ‘구애’로 정권교체를 위한 우군이 돼 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통진당은 현재의 ‘식물정당’ 상황이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대중적 진보정당’,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거듭나려던 창당 정신은 물거품이 됐다. 통진당은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매 사안마다 반목하고 있다. 유시민 통진당 전 대표 등은 진보신당 탈당파 의원인 노회찬ㆍ심상정 의원과 함께 당을 탈당해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홍석희 김윤희기자 @zizek88>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