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의 장기화와 중국 경기 부진 등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여기에다 두달 연속 1%대에 머문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통화당국이 부담없이 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배경이 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채권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3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린 2.75%에 거래를 마치면서 이전 최저치 기록(2.76%)을 갈아치웠다. 채권딜러들이 또 한번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HSBC는 “한국 제조업 경기는 여전히 약세”라면서 “한국 정책 당국은 내수 부양을 위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한은이 낮아진 경제성장률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내릴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고, 노무라는 “올해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3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수 있다”고 했다.
각종 경제 지표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3%대 성장은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2%대 성장을 예고할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경기부양 카드가 필요한 대목이다.
수출은 올해 8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나 줄었다. 선박, 자동차 등 주력 상품이 위축됐다.
7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1.6% 감소했고, 8월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9로 기준선(100) 아래로 내려가는 등 소비자 지갑은 굳게 닫혔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가 예상되고 있다. 오는 6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나오고 있고,7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뚜렷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3차 양적완화(QE3)는 시간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오는 12~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양적완화에 앞서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금통위 당일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묵언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한은이 금리를 한차례 이상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곡물가 상승과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계획 등을 고려하면 낮은 물가 덕에 ‘부담 없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9월은 추석과 태풍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경기 급랭을 막고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공조하는 측면에서 금리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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